후자(36·사진)
인권실태 고발 ‘구속’…중 정부 “범죄자 선정”
중국의 인권운동가 후자(36·사진)가 23일 유럽의회가 주는 인권상인 ‘사하로프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중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그가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을 때도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며 반발한 바 있다.
후자는 애초 환경운동가로 출발했다. 1996년 2월 <인민일보>에 실린 한 기사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일본인의 사막 기연’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한 일본인 노인이 내몽골 사막에서 6년째 꿋꿋이 나무를 심고 있다는 미담을 전했다. 기사를 본 그는 이 노인에게 선뜻 100위안을 송금한다. 사막 녹화사업에 대한 중국 최초의 기부금이었다.
그는 이후 환경단체 ‘자연의 친구’에 가입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80여명의 활동가를 데리고 직접 내몽골 사막을 찾아 녹화사업을 펼친 그는 중국녹색대학생논단을 창립해 활동영역을 넓혀간다. 그의 보호 대상에는 티베트 산양, 야크 등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가 인권운동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2000년 7월 에이즈 퇴치 운동가 완얀하이를 만나면서부터다. 완이 2002년 구속되자 그의 관심은 시민의 정치적 권리로 확장된다. 2004년 4월 청명절에 천안문(톈안먼) 사태 기념활동을 조직하다 공안 당국에 끌려가 이틀 통안 구금되기도 한다.
2006년 2월 그가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명한 인권변호사 가오즈성이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하자 이를 지지하는 성명이 잇따를 무렵이었다. 그의 실종은 부인 쩡진옌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편을 찾는다는 글을 띄우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끈다. 그는 결국 실종 41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2007년 11월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에서 중국의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가, 국가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4월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의 사하로프상 수상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논란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유럽의회가 범죄자를 수상자로 선정해 매우 유감”이라며 “각국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고든 두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 정부는 유럽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후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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