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상황서 지방정부, 적극 보존 나서
이층버스, 블랙 캡과 함께 영국의 명물로 꼽히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휴대전화에 밀려 퇴출 위기에 처하자, 영국 지방정부들이 구출 작전에 나섰다.
영국 전역의 1만2700개의 공중전화 박스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0일 전했다. 영국의 대표적 통신기업인 비티(BT)는 이미 400여개의 전화박스를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했고, 또 다른 전화박스 4천여개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 지방 당국들과 협상을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보급이 확산되면서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어졌지만, 이를 보존하려는 지역 단위의 움직임도 늘고 있다.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40km 떨어진 라이손은 최근 비티로부터 공중전화 박스를 인수한 첫 번째 마을이 됐다. 라이손 교구회의 조셋 타이 회장은 “공중전화 박스는 60년 넘게 마을에 있었던 우리 문화유산”이라며 “비티가 전화박스를 폐기할 예정이라고해서 우리가 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을들이 사들인 전화박스들은 지역 게시판이나 온실, 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보존될 예정이다.
건축가 길버트 스코트 경이 디자인한 빨간 공중전화 박스는 1924년 첫선을 보였고, 1960년대에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라이손 마을의 바브라 타운센드(75)는 “1940년대 중반에 언니와 통화를 하려고 전화박스에 들어갔던 추억”을 회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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