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와 별개…“미국 견제” “돌출 외교” 해석 분분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프랑스 여권을 가진 신보수주의 미국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금융위기 발생 뒤 미국에 비판적인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 새 판짜기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샅바싸움에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의 선진·신흥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온 사르코지는 느닷없이 내년 1월8~9일 파리에서 ‘정상회의’를 연다고 발표했다. 뉴욕에 모인 19명의 정상들 어느 누구도 언질을 받지 못했다. 파리 회의에 대해 알고 있는 정상급 인사는 공동 주최자로 나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유일하다. 각국 정상들은 이미 내년 4월 런던에서 2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상태다. 사르코지의 돌출 행동은 그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외교가의 발길을 부산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의 한 중견 외교관은 사르코지의 제안이 “놀랍다”고 했다. 미국 관료는 “이 말은 아주 관대한 외교수사”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임 수석 경제분석가인 사이먼 존슨은 “사르코지가 미국이라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고 있다”며 “정상회의 논의에 참여하지도 않고 집으로 돌아와 승리를 외치려 한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말했다.
사르코지 쪽은 슬쩍 한발을 뺐다. 애초 성명서에는 1월 모임을 ‘정상회의’(서미트)라 했다. <에이피>(AP) 통신의 취재에는 ‘협의회’(컨퍼런스)로 말이 바뀌었다. 에릭 베송 프랑스 공공정책담당 국무장관은 “G20처럼 결정권이 있는 모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는 각국 정상뿐만 아니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아마르티아 센도 참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임기 말이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전이어서 사실상 1월 파리 회의 참석이 어렵다. 회의가 성사된다면 미국이 배제된 채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사르코지는 뉴욕 정상회의가 끝난 지난 15일 “미국은 세계 제1권력이다. 그러나 유일한 권력인가?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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