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반정부 시위대가 8일 밤 아테네 도심의 신타그마 광장에 세워진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지르자,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몸을 피하고 있다. 아테네/ AFP 연합
200곳 이상서 화염…비상사태 선포 관측도
경찰 총격에 의한 10대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그리스 반정부 시위가 9일 소년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더 확산될 조짐이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가 비상 각료회의를 소집하는 등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교사와 학생 수천명이 장례식을 앞두고 아테네로 모여들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의회 앞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에 돌을 던졌고, 일부 지역에서 고등학생들이 경찰서를 습격했다. 앞서 8일에도 도시 곳곳에서 시위대의 돌·화염병과 경찰의 최루탄이 맞섰다. 아테네 중심가 200곳 이상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와 크레타 등까지 시위가 번졌다. 경찰은 이날 “일부 시위대가 석궁과 칼로 무장했다”며 “아테네에서만 89명의 시위자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카라만리스 총리는 9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정국 안정을 위해 야당 지도자들과 긴급 회동을 했다. 보수성향의 집권 신민주당(ND)은 연금 혜택을 줄이려는 시도와 고위 관료의 비리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태다. 일부에서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도 점치는 가운데,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며 집권당 퇴진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의 중심엔 젊은 학생들이 있다. 특히 아테네 공대가 구심점이다. 군정이 통치하던 1973년 11월17일, 정부군은 이 학교 학생들의 시위 진압을 위해 탱크를 몰고 학교 울타리를 부수고 진입했다. 당시 22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정부군의 진압으로 목숨을 잃었고, 대대로 역사의 참극을 온전히 물려받은 학생들은 공권력에 대한 혐오감이 크다고 <비비시>는 분석했다.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의 편집장 니코스 콘스탄다라스는 “공통점이 많지 않았던 다양한 계층의 시위대를 소년의 죽음이 하나로 묶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에선 1985년에도 유사한 총격사망 사건이 벌어져, 몇 년 동안 경찰에 맞선 학생들의 긴 싸움이 계속된 바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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