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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유로 세대=월급 132만원을 받는 청년 임시직
25살 미만 실업률 16%…경제위기에 가속화
그리스 반정부 시위 배경…정부들 달래기 ‘눈치’ 한 달에 700유로(약 132만원). 요즈음 프랑스 파리의 한 법률회사가 직원을 뽑으면서 제시한 월급이다. 그나마, 다른 일자리는 아예 보수도 주지 않고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공짜로 쓰고 있다. 대학에서 예술역사를 전공한 바스마유즈는 화랑에서 인턴 생활을 이어가다, 겨우 초등학교 임시직을 얻었다. “증오가 치민다”고 그는 말했다. 유럽에서 이른바 ‘700유로 세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3일 전했다. 700유로 세대는 한 달에 700유로를 받고 임시직으로 일하는 30살 미만의 청년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의 ‘88만원 세대’인 셈이다. 이들은 2년 전만 해도 ‘1천유로 세대’로 불렸지만, 경기악화로 처우가 더 나빠졌다. 이런 유럽 청년들의 희망없는 오늘은 이달 초 그리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 문제는 심각한 일자리 부족이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25살 이하 청년 실업률은 지난 10월 기준 평균 15.9%에 이른다. 전체 실업률(7.1%)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스페인(28.1%), 프랑스(20.3%), 헝가리(20.2%) 등의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 다니는 루이 데그니는 “우리에게서 일자리가 더 멀어졌다”고 말했다. 2005년 파리 학생시위를 주도했던 말콤 헤머는 110만명의 청년층이 저임금을 받거나 아예 급여를 받지 못하고 인턴으로 일한다며, “수많은 청년이 젊음을 희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8년 간 식료품점에서 일한 청년을 다룬 <한 계산원의 고난>이라는 책은 지난 여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동안 물밑에서 곪아왔던 청년 실업은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수면으로 드러났다. 특히 갓 졸업자를 저임금에 임시직으로 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다. 이런 잠재적 불만이 그리스의 시위가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보르도,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으로 번진 배경이다. 그리스 아테네 시위 당시, 프랑스 청년들이 파리의 그리스 대사관 앞에서 연대 시위를 벌인 게 좋은 사례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유럽 어디에서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고등학교 개혁 계획을 취소하는 등 청년층의 불만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애초 “우물쭈물 장관”이 되지 않겠다며 개혁안을 밀어붙이려던 장관도 “설명하는 장관”이 되겠다며 자세를 누그러뜨렸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젊은 세대의 기대와 실제 삶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청년 세대의 좌절감을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그리스 반정부 시위 배경…정부들 달래기 ‘눈치’ 한 달에 700유로(약 132만원). 요즈음 프랑스 파리의 한 법률회사가 직원을 뽑으면서 제시한 월급이다. 그나마, 다른 일자리는 아예 보수도 주지 않고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공짜로 쓰고 있다. 대학에서 예술역사를 전공한 바스마유즈는 화랑에서 인턴 생활을 이어가다, 겨우 초등학교 임시직을 얻었다. “증오가 치민다”고 그는 말했다. 유럽에서 이른바 ‘700유로 세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3일 전했다. 700유로 세대는 한 달에 700유로를 받고 임시직으로 일하는 30살 미만의 청년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의 ‘88만원 세대’인 셈이다. 이들은 2년 전만 해도 ‘1천유로 세대’로 불렸지만, 경기악화로 처우가 더 나빠졌다. 이런 유럽 청년들의 희망없는 오늘은 이달 초 그리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 문제는 심각한 일자리 부족이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25살 이하 청년 실업률은 지난 10월 기준 평균 15.9%에 이른다. 전체 실업률(7.1%)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스페인(28.1%), 프랑스(20.3%), 헝가리(20.2%) 등의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 다니는 루이 데그니는 “우리에게서 일자리가 더 멀어졌다”고 말했다. 2005년 파리 학생시위를 주도했던 말콤 헤머는 110만명의 청년층이 저임금을 받거나 아예 급여를 받지 못하고 인턴으로 일한다며, “수많은 청년이 젊음을 희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8년 간 식료품점에서 일한 청년을 다룬 <한 계산원의 고난>이라는 책은 지난 여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동안 물밑에서 곪아왔던 청년 실업은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수면으로 드러났다. 특히 갓 졸업자를 저임금에 임시직으로 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다. 이런 잠재적 불만이 그리스의 시위가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보르도,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으로 번진 배경이다. 그리스 아테네 시위 당시, 프랑스 청년들이 파리의 그리스 대사관 앞에서 연대 시위를 벌인 게 좋은 사례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유럽 어디에서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고등학교 개혁 계획을 취소하는 등 청년층의 불만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애초 “우물쭈물 장관”이 되지 않겠다며 개혁안을 밀어붙이려던 장관도 “설명하는 장관”이 되겠다며 자세를 누그러뜨렸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젊은 세대의 기대와 실제 삶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청년 세대의 좌절감을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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