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유방암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영국의 한 부부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자를 골라 아이를 낳았다.
런던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임신 전에 유방암 유전자를 갖고있는지 여부를 검사해 유방암 유전자가 없는 수정란을 골라 착상시켜 첫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BBC 등 영국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폴 서할 박사는 "신생아와 산모 모두 건강하다"며 "이 아기는 성장하면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 등을 유발하는 변형된 BRCA1이라는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했다.
연구팀은 이어 문제의 유전자가 있는 배아는 버리고 문제가 없는 배아를 골라 착상시켰다.
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성장하면서 유방암이 발병할 확률이 80%에 이른다.
신생아의 부모는 남편 집안이 3대에 걸쳐 할머니, 엄마, 누나, 조카가 모두 2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자 임신전 유전자 검사를 받기로 결심했다.
더이상 가족 병력인 유방암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06년부터 BRCA1 같은 유전자에 대한 착상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할 박사는 "이 집안을 괴롭혀온 암 유전자가 후세로 이어지는 것을 완전히 없애는 게 이제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생명윤리 단체를 이끌고 있는 조세핀 퀸타발레는 "갈데까지 갔다"며 "이번 신생아 탄생은 기본적으로 자손의 형질을 개량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퀸타발레는 "유전자 사전 검사가 이 보다 사소한 이유로 훨씬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