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동구권 국가 15~55살 대상 조사
러시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42% 증가
러시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42% 증가
1990년대 초반 옛소련과 동유럽권에서 국가 소유 기업의 급속한 민영화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남성의 사망률이 증가됐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 의학저널 <랜싯> 14일치에 발표됐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국가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스터클러 박사와 케임브리지대 로렌스 킹 박사 등은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옛소련과 동유럽권 국가들의 15~55살 성인 남성의 사망률과 정부 경제정책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대중적 사유화 정책에 의해 이 기간 남성 사망률이 12.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1991~1994년 사이 러시아,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민영화가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된 국가들에서는 남성 사망률이 4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305%가 늘었다. 반면 민영화에 신중하고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체코,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은 실업률이 2% 증가하는 데 그치고, 남성 사망률은 오히려 10%가 줄었다.
연구자들은 실직자의 지나친 음주가 이런 사망률 증가와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런 현상은 노동자들이 민영화와 이에 따른 실직으로 더이상 옛 사회주의 시절의 건강 및 사회적 안전망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교회나 노동조합 등에 소속된 인구가 45%가 넘는 국가에서는 대중적 민영화 정책이 남성 사망률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거시적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며 “연구결과는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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