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66·사진)
시구르다르도티르, 구제금융 아이슬란드 ‘새 소방수’
금융위기로 정치경제적 혼란에 빠진 아이슬란드에서 사상 첫 동성애자 총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지난 26일 집권 자유당의 게이르 하르데 총리가 연정 구성 실패로 물러난 뒤 권력을 승계한 사민연맹당 등 새 연정은 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66·사진) 사회장관을 과도정부의 총리로 임명하는 데 합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시구르다르도티르는 2002년 기자 겸 극작가인 요니나 레오스도티르와 시민동반자(civil partner)로 결합했으며,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두 아들도 함께 살고 있다. 그가 30일 새 정부를 구성하면 아이슬란드 사상 첫 여성 총리로도 기록된다.
시구르다르도티르는 아이슬란드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1978년 의회에 진출한 뒤, 1987~1994년에 사회장관을 지냈으며 2007년에 재임명됐다. 그는 여성과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의 복지와 평등을 위한 싸움으로 정치경력을 쌓아왔다. 최근 갤럽조사에서 73%의 높은 지지율을 얻어 2007년 이후 아이슬란드에서 지지율이 높아진 유일한 정치인으로 꼽혔다.
시구르다르도티르는 1994년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해 실패한 뒤 “내 시대는 올 것이다”고 선언하고, 다음해 탈당해 자신의 당을 새로 꾸리는 등 정치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왔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그가 “공공복지 지출을 우선시하는 증세주의자”여서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동성애자의 정계 진출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지만 동성애자가 국가 정상에 오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노르웨이에서는 퍼크리스티언 포스(58)가 잠시 총리 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 2006년 독일 베를린시장에 재선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55)와 2001년 프랑스 파리시장에 당선한 베트랑 들라뇌(59) 등은 일찌감치 국가 정상을 정치적 지향점으로 삼고 활동해왔지만, 시구르다르도티르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미국 정치인과 가족 등 18만명의 인명사전을 운영하는 사이트인 ‘폴리티컬 그레이비아드’에는 미국 하원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한 바니 프랭크(68) 의원 등 동성애자 정치인 59명(사망자 10명 포함)이 등재돼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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