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방송 보도…이집트서 가명으로 생활
생체실험을 통해 수많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빼앗은 나치의 '죽음의 의사' 아리베르트 하임이 이미 지난 92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독일 공영방송인 ZDF가 4일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하임은 유대인 수용자들에 대해 마취 없이 신체 절단 수술을 하고, 심장에 가솔린 등 여러 약품을 직접 주입하며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측정하는 등 잔혹한 생체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ZDF에 따르면 추적을 당하는 나치 인사 중 최고 거물인 하임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타렉 파리드 후세인'이라는 가명으로 살다가 92년 8월 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직장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임이 머물렀다는 카이로의 호텔 방에서는 그의 이집트 여권 및 거주 허가 신청서, 지폐, 의료 도구, 개인 편지들이 담긴 서류 가방이 발견됐으며, 거주 허가 신청서에는 하임의 생년월일인 1914년 6월 28일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텔의 주인은 하임의 신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타렉 아저씨'라고 불리는 등 가족과 같은 손님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임의 아들인 뤼디거 하임은 지난 90년 직장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카이로에 왔었으며, 이후 그의 임종도 지켜봤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뤼디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나치 전범 추적자는 뤼디거가 아버지와 단 두 번 연락했었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무덤도 시신도 발견되지 않아 하임의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뤼디거는 하임의 사망이 확정되면 하임의 명의로 돼 있는 120만 유로(한화 약 21억원)의 통장 등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된다.
하임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에 2년간 붙잡혀 있다가 석방됐으며, 독일에서 산부인과 의사 생활을 하다 1962년 독일 당국이 체포 움직임을 보이자 행적을 감췄다. 28만 파운드(약 5억6천만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지금까지 하임의 생존 여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으며, 특히 지난 해에는 90살을 넘은 그가 아르헨티나 또는 칠레에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