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엠마(50)
“거액날린 은행가는 건재”논란
단돈 1.3유로(약 2540원)를 훔친 혐의로 해고된 독일의 슈퍼마켓 계산원이 수십억유로를 날리고도 건재한 금융회사 경영진들과 대비되면서, 그의 해고를 둘러싼 논쟁이 독일 전역을 달구고 있다.
독일 슈퍼마켓 카이저에서 31년 동안 계산원으로 일해온 바바라 에마(50)는 지난해 1월 48센트와 82센트의 공병 보증금을 횡령한 혐의로 해고됐다. 에마는 횡령 혐의를 부인하며 ‘부당해고’라고 맞섰지만, 지난 24일 베를린 노동법원은 “카이저가 그를 해고할 권리가 있다”며 회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독일 전역은 분노로 들끓었다. 26일 독일 하원 부의장 볼프강 티르제(사회민주당)는 “이번 해고 조처에 대한 판결은 야만적”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믿음을 파괴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기독교사회동맹 당수인 호르스트 제호퍼도 25일 “수십억유로를 날린 경영진들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데, 어떻게 계산원은 1.3유로 때문에 해고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독일노총(DGB)은 “고액 연봉을 받아온 경영진들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며 항의 성명을 냈다.
독일 주요 언론들도 에마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슈피겔> 온라인판은 26일 “세계적 경제위기 시대에, 단돈 1.3유로가 한 슈퍼마켓 계산원을 독일의 ‘반자본주의’ 영웅으로 바꿔놨다”며 “금융시장의 뚱뚱한 고양이들은 세계경제를 바닥으로 추락시키고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는데, 평범한 슈퍼마켓 직원은 푼돈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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