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술값 올려 음주억제” 최저가격제 논란
최고위 의학자문의 제안에 논쟁…스코틀랜드는 2009년안 도입
영국에서 국민의 과도한 음주를 자제시키기 위해 술값에 최저가격을 명시하자는 ‘제2의 금주법’ 제안이 나왔다.
영국 정부의 최고위급 의학자문의인 리엄 도널드슨은 16일 정부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영국의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주류에 최저가격을 정해야 한다”며 “라거 맥주와 보드카 등 일부 주류는 현재 가격에서 두 배까지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널드슨은 대략 맥주 한 캔은 1파운드(약 2020원), 와인 한 병은 4파운드 이상의 가격을 매기자고 제안했다. 영국의 슈퍼마켓에서 주류가 대표적 ‘미끼 상품’으로 값싸게 팔리는 것을 경계한 조처다.
<가디언>은 “고질적 영국의 음주문화가 보건비용을 지나치게 높여놨기 때문”에 이런 제안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영국 건강보험(NHS)에 따르면, 영국에서 알코올성 질환과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30억파운드, 알코올 남용과 관련해 쏟아붓는 세금은 250억파운드에 이른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이미 올 연말까지 주류에 대한 최저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영국 정치권과 업계는 이 제안을 거부할 조짐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보건부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국민의 삶이 궁핍해져 있는 상태에서, 이런 제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밝혔다. 차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기에 유권자들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정치권의 이해도 깔려있다. 영국 와인·주류조합(WSTA)의 제레미 비들스 회장은 “단지 와인 한 병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대다수를 공격하기보다는 소수 알코올중독자들을 제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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