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티브이에 ‘영혼’ 판 27살 구디 사망

등록 2009-03-23 20:31수정 2009-03-23 22:04

영국 리얼리티쇼 스타로 암투병 말년까지 노출
.



현대 미디어가 만들어낸 리얼리티 쇼 스타 제이드 구디(27)가 자궁경부암으로 22일 사망하자 영국이 떠들썩하다. 영국 언론들은 ‘무식하고 못생긴’ 한 여인의 삶을 다시 리얼리티 쇼처럼 조명하고 있다.

런던 빈민가 출신의 치과 간호조무사 구디는 2002년 영국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 ‘빅 브러더’에 출연했다. 일반인들이 한 집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서 구디는 브라질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사람 이름이라고 하고, 영국 동부 해안지방인 ‘이스트앙글리아’를 ‘이스트앵귤러’로 발음하며 외국에 있느냐고 반문해 조롱거리가 됐다. 고상하지 않은 말투와 경멸을 살만 한 일자무식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줬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그는 스타가 됐다.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는 ‘리얼리티 스타’가 된 구디는 ‘어글리’라는 향수 브랜드도 만들어 700만파운드를 벌었다. 자선 마라톤에 출전해 잠시 뛰다 기권한 뒤 “마라톤 코스가 그렇게 긴 줄은 몰랐다”며 “커리, 중국 음식, 술을 먹으며 출전준비를 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2007년엔 스타들이 출연하는 ‘인도판 빅 브러더’ 리얼리티 쇼에 나와 인도의 국민적 여배우 실파 셰티에게 혀짤배기 발음을 한다는 등 인종차별적 수모를 줬다가 분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도를 방문중이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백배사죄하는 외교 분쟁으로 번질 만큼 큰 사건이었다.

제이드 구디
제이드 구디
지난해 그는 셰티와 같이 인도판 ‘빅 브러더’에 다시 나와, 자신이 자궁경부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 투병과정 등 말년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었다. 죽기 몇 주 전에는 70만파운드를 받고 6살 연하의 방송 동료와 결혼도 했다. 그는 투병과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 대해 “나는 번쩍이는 차나 큰 집을 사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없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구디는 현대 미디어의 위력을 풍자한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과 닮았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들에게 그대로 방영되는 것을, 트루먼은 몰랐던 반면 구디는 알고 있었다는 것이 차이다. 트루먼이 자신에 대한 엿보기를 주체적으로 거부했지만, 구디는 이를 즐기다가 죽음으로 마감했다. 이날 브라운 총리는 “구디는 삶과 죽음 양쪽 모두에서 용기있는 여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이종찬 변호사 개업때 ‘박연차 돈’ 유입
▶ ‘5판3승제’ 한·일 야구대전 마지막 승부
▶ 와이퍼 달랑 한개…인도 초저가 차량 ‘나노’ 판매
▶ 재정부 ‘경인운하 경제성 없다’ 내부보고서 작성
▶ 홍준표, 윤증현에 “말조심하라” 일침
▶ ‘노가바’까지 탄압한 공안정권
▶ 정동영 감동 없는 귀환 / 오태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