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얼리티쇼 스타로 암투병 말년까지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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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디어가 만들어낸 리얼리티 쇼 스타 제이드 구디(27)가 자궁경부암으로 22일 사망하자 영국이 떠들썩하다. 영국 언론들은 ‘무식하고 못생긴’ 한 여인의 삶을 다시 리얼리티 쇼처럼 조명하고 있다. 런던 빈민가 출신의 치과 간호조무사 구디는 2002년 영국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 ‘빅 브러더’에 출연했다. 일반인들이 한 집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서 구디는 브라질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사람 이름이라고 하고, 영국 동부 해안지방인 ‘이스트앙글리아’를 ‘이스트앵귤러’로 발음하며 외국에 있느냐고 반문해 조롱거리가 됐다. 고상하지 않은 말투와 경멸을 살만 한 일자무식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줬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그는 스타가 됐다.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는 ‘리얼리티 스타’가 된 구디는 ‘어글리’라는 향수 브랜드도 만들어 700만파운드를 벌었다. 자선 마라톤에 출전해 잠시 뛰다 기권한 뒤 “마라톤 코스가 그렇게 긴 줄은 몰랐다”며 “커리, 중국 음식, 술을 먹으며 출전준비를 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2007년엔 스타들이 출연하는 ‘인도판 빅 브러더’ 리얼리티 쇼에 나와 인도의 국민적 여배우 실파 셰티에게 혀짤배기 발음을 한다는 등 인종차별적 수모를 줬다가 분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도를 방문중이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백배사죄하는 외교 분쟁으로 번질 만큼 큰 사건이었다.
지난해 그는 셰티와 같이 인도판 ‘빅 브러더’에 다시 나와, 자신이 자궁경부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 투병과정 등 말년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었다. 죽기 몇 주 전에는 70만파운드를 받고 6살 연하의 방송 동료와 결혼도 했다. 그는 투병과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 대해 “나는 번쩍이는 차나 큰 집을 사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없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구디는 현대 미디어의 위력을 풍자한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과 닮았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들에게 그대로 방영되는 것을, 트루먼은 몰랐던 반면 구디는 알고 있었다는 것이 차이다. 트루먼이 자신에 대한 엿보기를 주체적으로 거부했지만, 구디는 이를 즐기다가 죽음으로 마감했다. 이날 브라운 총리는 “구디는 삶과 죽음 양쪽 모두에서 용기있는 여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현대 미디어가 만들어낸 리얼리티 쇼 스타 제이드 구디(27)가 자궁경부암으로 22일 사망하자 영국이 떠들썩하다. 영국 언론들은 ‘무식하고 못생긴’ 한 여인의 삶을 다시 리얼리티 쇼처럼 조명하고 있다. 런던 빈민가 출신의 치과 간호조무사 구디는 2002년 영국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 ‘빅 브러더’에 출연했다. 일반인들이 한 집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서 구디는 브라질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사람 이름이라고 하고, 영국 동부 해안지방인 ‘이스트앙글리아’를 ‘이스트앵귤러’로 발음하며 외국에 있느냐고 반문해 조롱거리가 됐다. 고상하지 않은 말투와 경멸을 살만 한 일자무식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줬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그는 스타가 됐다.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는 ‘리얼리티 스타’가 된 구디는 ‘어글리’라는 향수 브랜드도 만들어 700만파운드를 벌었다. 자선 마라톤에 출전해 잠시 뛰다 기권한 뒤 “마라톤 코스가 그렇게 긴 줄은 몰랐다”며 “커리, 중국 음식, 술을 먹으며 출전준비를 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2007년엔 스타들이 출연하는 ‘인도판 빅 브러더’ 리얼리티 쇼에 나와 인도의 국민적 여배우 실파 셰티에게 혀짤배기 발음을 한다는 등 인종차별적 수모를 줬다가 분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도를 방문중이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백배사죄하는 외교 분쟁으로 번질 만큼 큰 사건이었다.
제이드 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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