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 음식’ 케밥 견제하려 거리에서 먹으면 벌금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 밖에서 음식을 먹는 게 불법이 됐다.
밀라노가 위치한 북부 롬바르디아주가 최근 우파인 북부동맹당 주도로 식당 등에서 파는 음식과 음료를 거리에서 먹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내용상 피자나 아이스크림, 케밥(양고기 등을 구운 중동 음식), 콜라 등에 똑같이 공평하게 적용된다. 얼핏 봐서는 테이크아웃 식당에 대한 단순한 규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파가 이 조례를 만든 속내는 따로 있다. 피자 같은 이탈리아 전통음식을 위협하는 ‘이방의 음식’인 케밥을 견제하자는,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전했다. 터키와 아랍의 전통음식인 케밥은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값싸고 맛도 좋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인터넷사이트 페이스북에서는 ‘케밥 반대’ 대 ‘케밥 찬성’ 진영 사이의 ‘자기 편 끌어들이기 경쟁’이 한창이다.
조례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 의원 쥬세페 치바티는 “조례의 원래 모습은 훨씬 더 인종차별적이었다”며 “케밥만을 특정해 도시 밖으로 몰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례를 어기면 적게는 190~13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그러나 치바티는 “웃기는 조례다. 벌금은 물리지 못할 것”이라며 “정치적 혼란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거리에서 케밥을 손에 들고 지나가는 ‘범법자’가 흔하게 눈에 띈다고 전했다.
경제위기 등으로 반이민자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이탈리아인은 이탈리아 음식을 먹자”는 국수주의적 운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중도 우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토스카나 지방의 루카시는 올해 초 시내 성곽 근처에는 외국음식과 패스트푸드를 파는 식당이 새로 문을 여는 것 자체를 금지시켰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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