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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봄이 오는 독일 집 정원

등록 2009-04-27 13:51

올 봄에는 우리 집 정원에서 튤립과 방울꽃을 볼 수 있어 좋다. 독일에서 아이들을 풍요롭게 키우기 위한 중요한 환경중의 하나가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이다. 그 곳에 그네와 시소, 모래상자 정도만 갖추어 놓았다면 그 보다 더 훌륭한 아이들의 놀이터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있고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독일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런 주택을 꿈꾼다.

우리 가족도 남편이 공부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리 여유가 없었음에도 서둘러 집을 장만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를 한 것이다.

독일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집 관리부터 정원 손질까지 아파트 생활보다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원을 가꾸는 일은 독일 사람들이 가장 즐겨하는 노동 중의 하나다.

보통의 독일 집은 인도와 현관 사이에 있는 포어가르텐이라는 앞뜰과 집 안의 거실과 통해 있는 가르텐이 함께 있다. 가르텐 보다는 작은 포어가르텐은 그 집의 얼굴이다. 독일 사람들이 가장 정성을 쏟는 곳이 이 곳이다.


간혹 주인의 손길이 부족한 듯 보이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정원은 깔끔하고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특히 포어가르텐 손질을 게을리 하면 이웃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독일집의 진짜 가르텐은 거실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아주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이다. 처음 독일에 와서 얼마동안 주택의 정원은 포어가르텐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 정도로 정원이 밖에서는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햇볕이 좋은날 일광욕도 하고 여름엔 그릴파티도 자주한다. 물론 아이들의 놀이터도 이 가르텐에 있다.

정원 한쪽 모퉁이 작은 연못에는 커다란 금붕어들이 연꽃을 사이에 두고 헤엄치고, 철마다 다른 빛깔의 꽃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과일 나무 한두 그루 정도는 기본이고, 아름드리 고목이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 집도 많다. 여름이면 그늘도 만들어 주면서. 또 방금 이발소에서 나온 아저씨 머리처럼 깨끗하고 단정한 잔디, 잡초하나 없이 빼곡히 심어진 모습이 마치 초록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아름다운 정원을 일 년의 절반 정도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늦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초봄까지, 독일은 우기가 찾아온다. 춥고 비가 잦은 계절에는 정원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이 거실에서 비에 젖은 나무를 바라보며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거실 문만 나서면 가르텐인데 어떤 때에는 한 달 내내 나가보지 않은 때도 많다. 여름에는 살다시피 하던 그 곳에 말이다.

그러나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약간 싸늘한 날인데도 산책길에 포어가르텐을 손질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미 봄기운이 훈훈하게 느껴진다. 모두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르는 사람끼리도 ‘할로!’하고 인사를 나눈다. 겨우내 닫혀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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