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과목 필수폐지’ 주민투표 부결
“윤리에선 공존 위한 가치관 배워”
“윤리에선 공존 위한 가치관 배워”
독일 사회의 중요한 화두였던 베를린시 윤리 과목 의무화 폐지 주민투표가 부결로 일단락됐다. 26일 주민투표에서 학생들이 종교와 윤리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에 베를린시민 51.3%가 반대했다.
독일 대부분의 주가 종교를 필수로 가르치지만, 베를린시는 2006년부터 7~10학년 모든 학생들에게 윤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베를린시가 윤리를 필수과목으로 정한 계기는 지난 2005년의 ‘명예살인’ 사건이다. 쿠르드족 이민자 청년이 대낮 베를린 시내에서 여동생이 이슬람식으로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을 쏴 살해했다. 강제결혼을 당했다 이혼했던 여동생은 자립하려고 직업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무슬림 학생 상당수가 명예살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베를린시는 윤리를 의무과목으로 가르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 프로렐리(Pro-Reli)가 종교와 윤리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며 주민투표를 발의했고, 이는 지난 몇주일 동안 독일 전체를 논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윤리 과목 의무화 폐지를 지지하는 세력은 종교계와 보수정당인 기민련(CDU), 자민당(FDP)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선거 하루 전 프로렐리를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윤리수업 의무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다. 여기에는 독일 사회의 이민문제, 교육, 종교에 대한 시각차가 얽혀 있다.
윤리 과목 의무화에 반대하는 쪽은 학생들이 각자의 종교에 따라 종교를 공부하게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진정한 관용이라고 말한다. 반면 윤리 의무화 유지를 지지한 베를린 교육당국의 만프레드 짐머만은 “종교 과목에선 기독교는 기독교, 이슬람이면 이슬람의 가치만 배우지만, 윤리는 한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공존을 위한 가치관을 배운다”고 말한다. 베를린 시민들은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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