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영국 국방장관, 각료중 6번째 사임…퇴진요구 확산
일부 개각으로 국면전환 노려… 위기 극복은 미지수
일부 개각으로 국면전환 노려… 위기 극복은 미지수
고든 브라운(사진) 영국 총리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제임스 퍼넬 노동연금 장관은 4일 전격 사퇴하면서, 브라운 총리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존 허튼 국방장관도 5일 사표를 던졌다. 소장파 노동당 의원 70여명은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나섰다. 브라운의 지도력을 믿고 따르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란 불안감이 근본 이유다. 브라운은 5일 신속한 부분개각으로 정국 반전을 시도했다.
■ 도화선 된 주택수당 추문 집권 노동당 의원들의 주택수당 부당수령으로 불거진 위기는 브라운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방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위해 런던 등에 주택을 지정하고 한 해 약 455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주택수당 제도를 악용해, 애완견 사료비까지 청구한 사례가 지난달 본격 폭로되면서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주택수당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치솟고 장관급만 여섯명째 사퇴하기에 이르렀지만, 브라운은 위기를 돌파하며 쇄신책을 내놓는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다. 주택수당 파문에 장관까지 휘말려, 3일 헤이즐 블리어스 지역사회장관, 2일에는 재키 스미스 내무장관과 베벌리 휴스 아동장관, 톰 왓슨 내각장관 등이 줄줄이 물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브라운이 등에 칼을 맞고 거의 절반은 죽은 총리 상태다”라고 전했다.
■ 불안한 노동당 미래 위기의 뿌리는 브라운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이다. 그는 금융위기 뒤 1차 구제금융 대책 등 영국식 경제위기 해법을 마련했다는 평가로 한때 지지율이 반짝 상승했다. 하지만 이때를 제외하면 그의 업무수행에 대한 만족도는 2007년 6월 취임 이후 줄곧 곤두박질쳤고, 수당 추문으로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4일 물러난 퍼넬 장관은 주요 신문에 보낸 공개편지에서 “당신이 총리직을 맡으면서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총리에서 물러나는 게 노동당과 나라를 위해 최고로 봉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노동당은 현 체제로 가면 집권당 지위를 내주고 참패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주에 치러진 유럽의회와 지자체 선거에서도 노동당은 보수당은 물론 자유민주당에도 뒤질 전망이다. 야당과 분석가들은 브라운의 당 장악력이 부족하고, 정치개혁을 이끌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 버티는 브라운 브라운은 2010년 5월 임기까지는 버티겠다는 태세다. 그는 5일 앨런 존슨 보건장관을 내무장관에 임명하는 등 일부 개각을 단행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앤디 번앰 문화부장관이 보건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베트 쿠퍼 의원이 노동연금장관을 맡았다. 국방장관에는 봅 아인스워스 의원이 내정됐다. 앨리스터 달링 재무, 존 스트로 법무,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장관 등은 유임됐다.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사임 사태의 이면에는 블레어파(토니 블레어 전 총리계)의 브라운계 공격의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2007년 취임 직후와 2008년 여름에도 브라운 총리를 내쫓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브라운이 부분 개각이란 승부수로 정치적 위기를 넘길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존슨 장관이 총리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디언>은 5일 “각료가 총리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총리도 물러나야 한다”며 “노동당은 미래의 가능성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브라운 총리 업무수행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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