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극우정당 ‘요비크’의 주요 간부들이 7일 수도 부다페스트 당사에서 유럽의회 선거에서 3석을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회 진출에 성공한 것을 자축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
반이민·반이슬람 정당 34석…교섭단체 구성 가능
“경기침체·이민자 사회통합 실패가 파시스트 불러”
“경기침체·이민자 사회통합 실패가 파시스트 불러”
우파 계열의 승리로 끝난 7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또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극우파의 약진이다. 비록 중도우파나 중도좌파에 비하면 여전히 소수지만, 반이민·반이슬람·강경 민족주의 강령을 내건 극우파의 승리는 새로운 파시즘 도래의 징후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9일 “파시스트가 돌아왔다”며 “세계화의 충격과 경기후퇴, 사회변화 등이 전통 정치에 대한 불신과 공포의 씨를 뿌렸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인구비례에 따라 유럽연합 의원 736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파 정당은 8석을 늘려 34석을 차지했다. 지난 선거보다 전체 의석이 49석 준 것을 고려하면 뚜렷한 약진이다. 유럽의회에서 9개국 출신 25명 이상이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어,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극우정당들은 각국에서 큰 상승세를 보였다. 이탈리아에선 극우정당 북부리그가 2004년보다 갑절이 넘는 10.2% 득표로 8석을 차지했다. 북부리그는 선거 기간에 “불법 이민과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대표적 반이슬람주의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자유당은 17% 득표로 4석을 차지했다. 영국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백인들만의 정당인 영국국민당이 6.5% 득표로 2석을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회에 진출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반이슬람 캠페인을 펼친 자유당이 5년 전의 갑절이 넘는 13.1% 득표로 2석을 차지했다. 헝가리에선 요비크가 14.8% 득표로 3석, 덴마크에서 국민당이 14.8% 득표로 2석을 차지했다.
정치분석가 마시모 프랑코는 9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등에서 특히 심화되고 있는 외국인 혐오세력을 합법화해준 선거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민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반감과 저소득층 이민자의 범죄 등에 따른 치안불안 우려가 극우파의 표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영국 일자리는 영국인에게” “외국인을 먼저 해고하라”는 구호가 이런 정서를 잘 보여준다. 영국의 그레이엄 왓슨 유럽의회 의원은 “경기침체와 이민자들의 사회통합 실패가 외국인 혐오를 부르짖는 정당의 선출로 이어진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극우파의 득세를 파시즘의 복귀로까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3제국, 새로운 역사>의 저자 마이클 벌리는 <가디언> 기고에서 “민주주의 경험이 짧은 동유럽 등의 현상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극우파는 그동안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오베리 에세스터대 교수는 “극우파는 새로운 사회질서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파시즘의 복귀라기보다는 이민과 외국인, 유럽통합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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