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살 3분의1이 비정규직
‘위기의 아이들.’
인턴사원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20~35살의 독일 젊은이들에 대해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이런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실었다. ‘독일판 88만원 세대’인 청년들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몇년 전부터 ‘실습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인턴사원들에 대한 착취가 심각하고, 경제위기와 함께 상황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슈피겔>은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에 서 있는 현재의 젊은 세대는 ‘유능하지만 기회를 가지지 못한 세대’라고 규정한다.
이 잡지는 20~35살 독일 젊은이 가운데 절반이 실업을 경험했고, 30살 미만 젊은이 두 명 중 한 명은 단기 계약직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젊은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인턴사원이나 파견근무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상태다. 사회학자 로날드 히츨러는 <슈피겔>에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일상적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경험한다”며 “이들은 계속되는 불안정한 상태를 견디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고용과 테러 위협 등 불안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독일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지만, 비정치적이며 집단적 저항은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피겔>이 지난달 말 20~35살 젊은이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는 ‘자본주의가 빈익빈 부익부를 양산하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60%는 ‘자본주의 이외에 대안은 없다’고도 응답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의’를 우선순위로 꼽는 응답자는 4%에 지나지 않았다. 가족, 건강, 사랑, 우정과 같은 개인적 가치가 우위를 차지했다.
독일 청년 잡지 <네온>의 편집장 팀 클로체크는 “현대 젊은 세대의 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9·11 동시 테러와 지난해 가을에 시작된 세계금융위기”라며 “이들은 이데올로기에 연연하지 않지만 비전은 없고, 어려운 상황을 잘 견뎌내지만 연대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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