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함부르크 근교의 크륌멜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로 독일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갑자기 전체 변압기에 합선이 생겨 발전소 전체 가동이 중지됐기 때문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소 문제는 다가오는 가을 독일 총선의 주요 테마가 될 조짐이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 의회선거에서 20.8%라는 유례없이 낮은 득표율로 참패했던 사민당은 핵발전소 폐기 문제를 총선 이슈로 제기하며, 우선 2년 전에도 이런 사고를 일으켰던 크륌멜 발전소 가동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1998~2005년 7년간 정권을 잡았던 사민당, 녹색당 연정은 2021년까지 핵발전소를 점차 폐기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현 대연정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민련과 경제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당은 핵발전소 폐기를 늦추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민련 당수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크륌멜 발전소 운영업체 바텐팔이 안전관리를 소홀히했다며, 이번 사고를 바텐팔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사민당 소속인 환경부장관 지그마 가브리엘은 “기민련은 핵발전소 폐기와 수십만 일자리를 창출할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독일에선 형식적으로는 17곳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지만 안전사고가 일어났던 핵발전소 가운데 가동을 중지한 곳이 많다. 나머지도 점차 폐기될 예정이다. 핵폐기물의 위험성은 독일인의 의식에 깊이 박혀 있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자에 따르면 독일인 과반수가 2021년까지 핵발전소 폐기에 찬성한다. 또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엠니트에 따르면 국민 72%가 문제를 일으키는 오랜된 핵발전소는 당장 폐기시킬 것을 원하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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