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이미지 퇴색…국민들 병 숨긴 대통령 떠올리며 ‘불신’
조깅을 하다 쓰러진 니콜라 사르코지(54) 프랑스 대통령이 군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만인 27일 퇴원했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뇌파검사, 자기공명영상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퇴원했다고 밝혔다. 의사는 사르코지가 더위와 과로 때문에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휴식을 권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의사의 권고에 따라 27~28일 사르코지의 일정은 취소 또는 연기됐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29일 애초 예정대로 엘리제궁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다음달 21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르코지는 앞서 26일 섭씨 28도의 더운 날씨에 45분 동안 조깅을 하다가 쓰러져 헬기로 이송됐다. 그가 체중 감량을 위해 최근 다이어트를 해온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오랜 불신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은 1974년 재직 중에 골수암으로 숨졌다. 퐁피두가 암을 앓았다는 사실은 그가 숨진 뒤에야 공개됐다. 81~95년 재임했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퇴임 8개월 만에 전립선암으로 숨졌지만, 재임 당시에는 자신의 건강기록을 속이도록 지시했다. 그는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81년 말에 이미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사후에 밝혀졌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2005년 혈관 이상으로 1주일간 병원에 입원했지만, 대통령궁은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조깅과 사이클광으로 알려진 사르코지는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며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실신 소동으로 ‘정력맨’ 이미지가 크게 퇴색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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