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박명준 쾰른대 사회학 박사과정
해외현장 리포트 / 주목받는 ‘쾰른 모델’
세계최대 파견업체 ‘아데코’
금속노조·연방노동청과 합의
세계최대 파견업체 ‘아데코’
금속노조·연방노동청과 합의
독일연방공화국 출범 이후 6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에서도 고용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독일에서 산업경제가 붕괴하거나 해고와 실업이 급증하는 극단적 모습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산업-노동 관련 정책이 신속하고 다층적으로 마련돼 효과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게 비결이다. 특히 작년 가을께부터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단축조업’ 제도가 노동시장을 진정시키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단축조업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독일의 사용자들이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다. 우선 초과근로 중단, 근로시간계좌의 시간채권 소진, 산별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한 노동시간 자체 단축 등의 조처를 한 뒤에도 고용유지가 어려운 기업의 사용자는 연방노동청(BA)에 기업 상황과 고용상황을 설명하고 공식적으로 단축조업을 신청할 수 있다.
연방노동청이 승인하면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은 특정일 혹은 특정 시간의 조업을 중단할 수 있고, 대신 연방노동청에서 단축조업금을 받는다. 단축조업금은 부양가족이 없는 경우 순임금의 60%, 부양가족이 있으면 67%를 받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원래 12개월이었던 조업단축금의 지급기간도 최근엔 24개월까지 연장됐다.
이달 중순 필자는 뒤셀도르프 인근의 두 제조업 사업장을 방문했다. 한곳은 종업원 650명 정도의 철관생산 중소기업인 도이체 에델슈탈베르케였고, 다른 한곳은 벤츠 스프린터를 생산하는 대기업인 다임러사의 공장(종업원 약 7천명)이었다. 두곳 모두 지난 1년새 주문이 이전의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올 2~3월부터 ‘단축조업’을 실시해 정규직 근로자들을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파견근로자들의 고용기간은 갱신하지 않았지만, 애초 파견근로자 수는 전체 종업원의 5%를 넘지 않았다.
금속노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지부 교섭국장인 만프레드 메닝엔은 작년 10월에 7만983명이었던 단축조업 대상 노동자가 올 3월에는 124만6618명 정도로 늘어나 약 반년 만에 18배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단축조업이 아니었다면 실업자 수는 현재보다 수십만~수백만명 가량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독일노조가 이 제도의 시행을 최선의 차선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정규직 고용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단축조업 제도를 보완해 파견근로자들에게까지 적용하면서,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활용하는 획기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금속노조가 파견업체인 아데코(Adecco)를 상대로 파견근로자 해고 대신 단축근로를 실시하도록 유도한 ‘쾰른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대의 파견근로업체인 아데코는 독일에서만 1만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고, 현재 자기업의 정규직으로 약 2만여명이 260개 지부에 근무하고 있다. 쾰른에는 그 가운데 10개 지부가 속해 있다.
지난해 아데코는 쾰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 근무하는 약 400명의 기간제 파견근로자들을 12월31일부로 해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을부터 금속노조 쾰른지부와 아데코의 종업원평의회, 사쪽 3자가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 포드사에서 더 이상 고용할 여지가 없는 파견노동자중 256명에 대해 종래 계약만료 시점 이후까지 아데코와 계약을 연장하도록 하고, 대신 연방노동청에 단축조업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후 다시 금속노조, 사측 그리고 연방노동청 등 노-사-정이 협의를 진행해 독일 최초로 파견근로자들에게도 단축조업을 적용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쾰른 모델’이 독일 전체로 확산돼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고용위기를 겪는 파견근로자들의 고용안정 수단으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금속노조는 이것이 비정규직을 위한 차선의 고용방어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효과적인 규제를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쾰른/박명준 쾰른대 사회학 박사과정(독일 노사관계 전문가)
‘쾰른 모델’이 독일 전체로 확산돼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고용위기를 겪는 파견근로자들의 고용안정 수단으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금속노조는 이것이 비정규직을 위한 차선의 고용방어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효과적인 규제를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쾰른/박명준 쾰른대 사회학 박사과정(독일 노사관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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