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독일의 해적당이 인터넷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주장하며 연방 의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해적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때 스웨덴에서 7%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킨 정당이다. 독일의 해적당은 당시 득표율이 0.9%에 그쳤지만 성장이 매우 빠르다. 2006년 독일 해적당 창당 때 30~40명에 불과하던 당원이 약 2700명까지 불어났다. 하루 걸러 지방 당사가 새로 생겨날 정도다.
해적당은 음반·영화사가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이들에게 원래 부정적인 의미로 붙인 이름인 ‘해적’을 당 이름으로 삼은 정당으로, 소프트웨어·유전자기술·학술연구 결과 등에 대한 저작권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터넷 검열에도 반대한다
독일에서는 지난 3월 사민당 소속 하원의원 외르크 타우스가 아동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부터 인터넷상의 ‘정보의 자유’가 크게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타우스는 아동 포르노 근절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국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해 비판했다. 타우스는 이후 사민당을 탈당해 해적당에 입당했기 때문에, 해적당은 현재 독일연방 의회에 의석 한 석을 갖고 있다.
집권 여당인 기민련 소속의 가족부 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아동 포르노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는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적당은 이 법안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부작용이 더 크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검열 법안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약 13만4000명이 서명했다.
해적당처럼 한 가지 주제를 파고들어 독일에서 성공한 전례로 30년 전 ‘환경’ 주제를 가지고 시작한 녹색당을 들 수 있다. 해적당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녹색당과 공통점이 있다. 해적당은 누구나 인터넷 포럼을 통해 강령과 정책에 대해 참여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으며, 당내 토론과 합의 등은 인터넷에 모두 문서화해 남기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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