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정부가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에서 분리장벽 건설에 관여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수업체 엘비트사에 투자된 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일간 하레츠 인터넷판이 3일 전했다.
키리스틴 할보르센 노르웨이 재무장관은 이날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번 결정은 재무부 산하 윤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보르센 장관은 "우리는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하는 기업들에 자금을 투자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르웨이가 자금 회수를 결정한 회사 엘비트는 분리장벽에 설치되는 감시 시스템을 제조하고 있다.
노르웨이 재무부의 윤리위는 "엘비트사에 대한 투자는 근본적인 윤리 규범을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정부에 투자 철회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2002년부터 서안지역과 예루살렘 외곽에 건설하고 있는 분리장벽은 현재 60%가량 완성됐으며 최종 완공됐을 때의 전체 길이는 790㎞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04년 7월 분리장벽 건설이 팔레스타인인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해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한 바 있으나 이스라엘은 ICJ의 판결에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폭탄 테러를 방지하고 서안지역 내 유대인 정착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분리장벽의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이스라엘이 향후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가 건국했을 때 국경 획정 협상에서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이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건설 중인 장벽 노선 중 4분의 3 가량은 서안지역과의 경계인 `그린 라인'을 침범해 있으며, 장벽이 완성되면 서안 지역 중 850㎢의 땅이 이스라엘 쪽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ICJ도 4년 전 판결 당시 "장벽은 이스라엘의 주장처럼 임시적이라고 볼 수 없고, 사실상 영토 합병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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