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나토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19살의 라마툴라가 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고 있다. 4일 나토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45명 등 9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AP 연합
전략수립 참여 모색에 미도 긍정적 반응
러시아가 서방 연합군이 벌이고 있는 아프간전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나섰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긍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사인 드미트리 로고진은 지난 4일 “나토의 아프간 관련 논의에 러시아를 상임 자격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나토의 이익”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로고진 대사의 이날 발언은 마침 6일부터 발효된 미국과 러시아간 ‘아프간 군사협력 협정’ 시점과 맞물려 특히 눈길을 끌었다. 미-러 협정에 따라 미군은 6일부터 연간 4500회까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해 아프간에 군수물자를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로고진 대사의 발언 직후 “나토가 어떤 후속조처를 취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로고진은 “러시아는 나토가 아프간에서 완정한 재앙으로 빠져들 경우에 대비한 군사전략과 정치적 수습 계획을 알기 원한다”며 “만일 나토가 베트남에서처럼 철수해버린다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인접국에 엄청난 골칫거리만 남겨놓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4일 나토군이 아프간 북 쿤두즈를 공습해 90여명이 숨진 사건을 겨냥해 “아프간 내에서 (서방) 동맹군끼리 조직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아프간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1979년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10년만에 패퇴한 경험이 있다. 당시 미국은 탈레반이 주축이던 아프간 무자헤딘을 지원해 소련군 축출을 도왔다. 그런 양국이 20년이 흐른 뒤 아프간전쟁을 위해 손을 맞잡는 것은 아프간을 둘러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아프간 전쟁의 동맹군 확대와 명예로운 탈출전략이 시급하다. 러시아는 아프간전 개입을 통해 자국에 대한 위협 요소를 차단하고 역내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마이클 젠킨스 수석연구원은 미국 시사전문 격월간 <포린 폴리시> 최신호 기고에서 “러시아는 이슬람 테러와 핵 테러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체첸 이슬람 반군의 분리독립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세력이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또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악몽 탓에 테러 집단의 핵시설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극히 민감하다.
그러나 미-러 협력은 당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젠킨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이슬람 저항세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군사작전 개입의 실익이 없는데다, 미국도 러시아의 군사작전 참여 요청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의 아프간전 개입이 나토에 대한 군수보급 지원 등 소극적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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