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뒤 해고위협·업무과중 탓 추정
‘오랑주’ 브랜드로 잘 알려진 유럽에서 세번째 이동통신업체이자 인터넷서비스업체인 프랑스텔레콤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170여㎞ 떨어진 트루와의 프랑스텔레콤 지사의 50대 기술직직원이 직원회의 도중 칼을 꺼내 자신의 배를 찔러 자살을 기도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병원으로 급히 후송돼 목숨을 건졌지만, 하마터면 그는 지난해 2월 이후 프랑스텔레콤의 23번째 자살자가 될 뻔했다.
올 들어서만 10명 넘게 이처럼 자살기도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지난 7월 이후 자살로 목숨을 잃은 직원 숫자는 6명에 이른다. 프랑스 언론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텔레콤에선 2002년에 29명, 2003년에도 22명이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지난달 29일엔 브레타뉴 지역의 한 지사에서 세 자녀를 둔 53살의 기술직 직원이 자살했다. 그의 동료들과 노조는 엄혹한 업무환경을 원인으로 꼽았다. 8월초 자신의 차고에서 자살한 채 발견된 브장송 지사의 28살 직원은 여자친구에 대한 언급도 했지만, 일터에 대한 무기력과 분노를 털어놓는 메모를 유서로 남겼다. 특히 7월14일 자살한 마르세이유 지사의 53살 직원은 “과중한 업무”와 “테러와 같은 업무관리”를 비난하면서 “프랑스텔레콤에서 업무 때문에 자살한다. 이게 유일한 이유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프랑스텔레콤에서 자살 급증은 1996년 민영화된 이후 두드러졌다. 민영화뒤 16만명이던 직원이 10만명으로 줄었고, 업무가 바뀐 직원만 7만명에 달했다. 류재훈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