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서양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잇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마의 바다'로 악명을 떨쳤던 버뮤다 삼각 지대.
사라진 비행기 중 일부는 낡은 난방 장치가 갑작스럽게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손쓸 틈 없이 바다 위로 추락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언론인인 톰 맹걸드는 버뮤다 삼각 지대에서 일어났던 실종 사건에 대한 정부 보고서를 토대로 이러한 분석을 내놨다.
과거에는 항공기의 평균 비행 거리가 지금에 비해 훨씬 짧았던 데다 버뮤다를 지나는 항로에 상대적으로 낡은 비행기가 투입됐기 때문에 중간 급유가 필수적이었다는 것.
1948년 1월 30일 버뮤다 해상에서 실종된 영국.남미 항공(BSAA) 소속 여객기가 중간 급유에 실패해 바다로 추락한 대표적 사례라고 맹걸드는 주장했다.
이 항공사 소속 '스타 타이거' 여객기는 당시 승객 25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영국 런던을 출발해 버뮤다 해상을 지나던 중 연료가 예상보다 빨리 동나기 시작했다.
낡은 군용기를 개조한 이 여객기의 난방 장치가 고장 나면서 조종사가 기내 온도를 유지하려고 해발 600m의 낮은 고도로 비행했으며, 이 때문에 운항 시간도 1시간 가량 길어졌다.
스타 타이거는 결국 중간 급유지인 아조레스에 도착하기 전에 연료가 떨어져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항공 당국 관계자는 "600m 고도로 비행하는 것은 훨씬 많은 연료를 잡아먹는다"면서 "심각한 긴급 상황에서 순식간에 비행 고도에서 이탈한 채 바다로 빠졌을 수 있다"며 맹걸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사고 당시인 1940년대에는 버뮤다에서 아조레스를 잇는 3천200㎞ 구간은 민간 항로 중 가장 긴 거리에 해당했다.
1년여 뒤인 1949년 1월 17일 버뮤다 해상에서 BSAA의 또다른 스타 타이거 여객기가 사라진 원인도 난방 장치 고장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직 BSAA 조종사인 던 매킨토시는 이 여객기가 버뮤다를 출발해 자메이카로 향하던 도중 난방 장치의 작동 이상으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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