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55) 독일 총리가 총리 연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7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민당(CDU)은 여론조사 결과 33%로 굳건한 1위가 예상됐다. 메르켈의 총리 연임은 떼어 놓은 당상인 셈이다. 연정의 짝이 메르켈이 원하는 새로운 파트너 친기업 자민당(FDP)이냐, 싫지만 지난 4년간의 대연정 파트너였던 사민당(SPD)이냐만 남았을 뿐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유권자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헤쳐나가도록 지휘한 것을 인정하면서 메르켈의 4년 재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경제잡지 <포브스>가 올해 4년째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로 뽑은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첫 여성 총리에 올랐다. 물리학자 출신의 메르켈은 1990년 정치에 첫발을 담갔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소녀”로 불린 메르켈은 콜의 총애 속에 여성 및 환경장관을 지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 콜 전 총리가 정치자금 추문에 휘말리자, 혼자서 콜의 사임을 당당히 요구한 뒤 기민당의 당수로 올랐다.
서독에서 태어난 지 몇주만에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에서 자란 메르켈은 천주교계 서독출신이 장악한 기민당에서 강력한 적들을 꺾었다. 튀지않는 온화한 지도력이 그의 무기다. 독일 일간 <베를리너 자이퉁>은 최근 “메르켈을 상징하는 게 무엇인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성공비결이다”라고 평가했다. 메르켈의 신중한 태도는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대국 독일의 적극적 경기부양을 바라는 각국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스스로 달변이 아니라고 인정한 메르켈은 꼼꼼한 연설 준비와 은근한 유머감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방하원의원 598명을 뽑는 총선 유세 마지막날인 27일 메르켈은 “유권자들은 내일 우리가 얼마나 빨리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지 결정할 것”이라며 기민당과 친기업 자민당 지지를 촉구했다. 지지율 25%를 기록하고 있는 사민당의 총리 후보인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은 “선거결과는 몇주전 예상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며 대역전을 다짐했다.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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