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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성장-복지 사이 어정쩡…유럽 ‘제3의 길’ 쇠락

등록 2009-09-28 19:35수정 2009-10-01 17:53

꽃다발 받는 메르켈 집권 기민당 총수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27일 총선에서 승리한 뒤 기민당 당사에서 로널드 포팔라 당 사무총장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베를린/신화 연합
꽃다발 받는 메르켈 집권 기민당 총수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27일 총선에서 승리한 뒤 기민당 당사에서 로널드 포팔라 당 사무총장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베를린/신화 연합
독일·포르투갈 총선으로 본 정치지형
중도좌파 정당, 지지층 이탈로 잇따른 패배
독일 기민당 중도정책 강화로 보수연정 성큼
‘좌파 모델’ 북유럽서 시작된 우파집권 확산




‘제3의 길’은 한때 유럽을 풍미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은 좌파와 우파의 한계를 넘어설 혁신의 구호로 내걸었다. 하지만 27일(현지시각) 실시된 독일 총선 결과는 ‘제3의 길’을 내건 중도좌파의 쇠락을 알리고 있다.

이날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민당은 전후 최악인 23.0% 득표에 그쳤다. 4년 전보다 6.5%포인트나 떨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친기업 보수정당 자민당과 새로 손잡고 보수연정을 구성할 계획이어서, 연립정권 참여도 4년 만에 끝나게 됐다. 27일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도 조제 소크라트스(52)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집권 사회당은 제1당의 자리를 지켰지만, 36.56%를 득표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전체 230석 가운데 4년 전보다 27석이 적은 9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연립정부 구성 등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2000년 당시, 유럽에서 사민당과 사회당을 비롯한 범중도좌파 세력들은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에서 단독 집권했다. 하지만 회원국이 27개국으로 늘어난 2009년 현재 영국·스페인·포르투갈·키프로스 등 4개국에서만 단독 집권하고 있다.

유럽 좌파 정부 변화
유럽 좌파 정부 변화

유럽에서 중도좌파의 쇠락은 역설적이게도 좌파의 모델 지역인 북유럽에서 시작됐다. 덴마크에서는 2001년 이후 중도우파 연합이 집권하고 있고, 스웨덴도 2006년 우파가 승리했다. 이어 핀란드·그리스·네덜란드에서 잇따라 우파가 정권을 잡았다. 2007년 프랑스에서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8년 이탈리아에서 우파연합이 압승을 거두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복귀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근 “제3의 길은 막다른 골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중도정책을 흡수하는 우파, 좌파의 색깔을 선명히 하는 극좌파 사이에서 중도좌파는 샌드위치 꼴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는 이런 처지를 더 가속화시켰다. 유럽의 우파는 지나친 시장지상주의를 버리고 중도정책을 수용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기꺼이 정부의 시장 개입에 나섰다. 우파가 중도로 다가설수록, 전통적인 중도좌파 지지자들을 끌어당겼다. 반면 현대화를 내세웠던 중도좌파는 전통적인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는 딜레마에 빠졌다.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금융시장 규제 완화,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복지 축소 등은 ‘중도좌파의 배신’으로 여겨졌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가 도망간 꼴이다. 또 이런 중도좌파의 변신은 중도좌파 내부의 중도파와 전통 좌파 사이의 내분을 초래했다.

중도좌파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를 내놓지 못한 것도 쇠락을 부채질한 요인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사민당 총리 후보는 선거 뒤 “독일 사회민주주의의 쓰라린 패배다”라며 비통해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8일 “독일 사민당의 처지는 한때 막강했던 유럽의 중도좌파 정당들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경제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 보호와 기업 자유 사이에 균형을 맞출 것인가를 놓고 위기에 빠진 현실을 상징한다”고 전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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