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차질 불가피
25개 회원국의 정치적 통합을 겨냥한 유럽연합 헌법이, 통합운동의 주도국인 프랑스에서 거부됐다. 프랑스 정부는 29일(현지시각) 70%의 투표율을 보인 유럽연합 헌법 찬반 국민투표에서 54.87%가 반대하고, 45.13%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주요 창설멤버인 프랑스는 첫번째 반대국이 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네덜란드의 헌법 찬반투표도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연쇄적인 부정적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 거대한 정치적 공동체 결성을 향한 유럽통합 일정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예상보다 큰 차이로 헌법이 부결됨에 따라 자크 시라크 정부는 출범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고, 다시 국민투표를 치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투표 결과가 공표된 뒤 짤막한 국영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는 주권의 결정으로,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프랑스의 결정은 유럽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데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헌법은 살아있다”며 헌법비준 노력을 계속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또 다음달 정상회의에서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헌법을 재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동안 유럽연합 통합에 미온적이던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유럽의 미래 방향에 대한 깊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의 시간”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프랑스의 헌법 반대운동 진영은 승리가 확정되자 시라크 대통령의 사임과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투표 전부터 인책론이 강하게 대두됐던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경질 등 일부 각료가 교체될 것으로 정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헌법이 효력을 내려면 25개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가 2006년 11월까지 헌법을 비준해야 하며, 현재까지 이 절차를 마친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아홉 나라다. 유럽연합 헌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유럽연합은 현행 ‘니스조약’에 따라 움직이게 돼 유럽연합이 붕괴되지는 않지만 확대를 지속하는 연합으로서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유럽연합 관리들은 보고 있다.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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