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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아동보호, 프랑스에서는?

등록 2009-10-05 14:22

유럽에서는 유아성범죄가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지 꽤 되었다.

프랑스에서도 지방 소도시나 도시 외곽에서 이런 범죄가 자주 일어나며 맞벌이 부부보다(프랑스 젊은층은 다수가 맞벌이이다) 결손가정의 자녀들이 주로 피해를 받고 있다. 유럽의 성범죄자들은 남, 여아를 가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고, 또한 '살려두지 않는' 흉악범들이다. 만일 아이가 실종된 뒤 24시간이 지났다면, 아이의 생사는 물론이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유아성범죄 전담반이 배치되어 숨어있는 범죄자를 찾아내는데 전력할 뿐 아니라, 몇 년전에는 미국에서 도입한 실종 어린이 SOS 시스템을 적용하여 실종아가 발생하는 즉시 두 시간 안으로 전국의 도로망과 전산망을 총동원하여 실종아의 사진과 신체조건을 배포한다. 범죄자들의 심리상태를 교란시키며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여 목격자를 빨리 찾는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작년에는 이 시스템 덕분으로 두 명의 어린이가 피해가 일어나기전 극적으로 구출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신속성을 효과로 따지기 때문에 실종 두 시간을 초과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으므로 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

유아 성범죄자들의 유형 이런 잔인한 사회에서 자식을 키우는 일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일상생활에서 늘 긴장이 따라다닌다. 더군다나 유럽에서는 성범죄자들이 남, 여아를 가리지 않으니 비단 딸가진 부모들에게 해당되는 현실도 아니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러한 성범죄자를 '프레다터prédateur'라고 부른다. 프레다터는 동물들의 약육강식 사회에서 약한 동물을 무차비하게 공격하는 야수성이 동물을 가리킬때도 쓰이는 표현이다. 프레다터들은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야수성으로 돌변하여 대상을 잔혹하게 처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범죄자들을 별도로 '페도필pédophile'이라고 부르는데, 페도필은 유아들에게 성욕을 느끼는 습관성 범죄자들로서 재범이 농후하여 격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절대격리를 실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고 호르몬으로 거세방안을 실행하는 나라는 스위스, 캐나다, 일부 북유럽이다. 프랑스는 2007년도 부터 페도필, 그리고 성범죄자들이 출감한 이후 재범을 예방하여 수시감시와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지난 주 프랑스 지방에서 또 사건이 발생했다. 2007년도에 출감한 성범죄자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지역에 다시 거주하면서 조깅 중인 4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것이다. 이 범죄자는 감시법 적용이 되는 날짜에서 교묘히 비껴나가 재범을 저질렀다. 심지어 이 범죄자는 전피해자의 부모가 살고 있는 곳에서 200미터 전방에 거주했다고 한다. 전피해자의 부모는 2년동안 원수가 근처에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재범을 할 줄 알았지만 검찰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폭로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처럼 인권에 예민한 나라도 프레다터들의 거세방안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프레다터들의 거세방안이란, 호르몬 투약으로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여 범죄자의 범죄충동을 줄여본다는 시도이다. 임상실험 결과 호르몬을 투여한 범죄자들의 뇌에서 충동적인 에너지 호르몬 분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실제 실험에 참가한 한 범죄자는 '이제 나는 나의 범죄로 부터 해방되었다'고 고백하였다. 이러한 성범죄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범죄자의 형벌로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호르몬에 의한 거세방안은 100퍼센트 확실하지 못하다는 것. 일부 의사들은 호르몬 요법으로 범죄자들의 폭력에 대한 본능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들의 본능은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갇혀 자라는 아이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범죄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은 한계가 있고, 인간의 악에 관한 본능의 문제이니 만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아동들을 어떻게 보호할까. 프랑스에서도 이런 성범죄는 지방 소도시, 대도시 외곽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프레다터들은 약한자 그리고 허술한 분위기를 노리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이목도 많고, 정보망이 잘 짜여져 부모들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를테면,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절대 혼자 등하교를 하지 않는다. 등하교 뿐 아니라 밖으로 잠시 혼자 놀러가는 일도 없고, 동네수퍼에 혼자 심부름을 가는 일도 없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갈때도, 놀이터에 갈때도 항시 부모나 보호자가 동반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하교시 선생님이 한사람, 한사람 보호자의 얼굴을 꼭 확인하고 아이를 내보낸다. 간혹 보호자가 직접 갈 수 없는 경우 꼭 신분증을 제시하고, 확인편지를 동봉해야 한다. 처음 나는 이런 모습들이 지나친 과보호로만 보여졌다. 나는 어렸을 적 큰 찻길을 건너 15분이나 걸어가는 유치원도 혼자 다녔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 또한 자유롭게 컸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이런 꽉 막힌 환경에서 육아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 아이들은 보호받기 위해 갇혀서 자라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맞벌이 부부로 아이를 제대로 보호할 환경이 안되는 경우는 어떨까? 이런 경우는 학교가 책임을 분담하여 시립에서 운영하는 사회단체, 혹은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단지 부모의 자식이 아니라 사회의 미래이며 따라서 사회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만큼 자식에 관한 부모의 권리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릴때부터 부드러운 경계심을 가르친다. 각박하게 느껴지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경계심을 가르친다. 내가 어렸을때는 '절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는데, 프랑스의 아이들은 그런 말도 듣지만 '이상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주의하라'는 말도 듣고 자란다. 그리고 항상 친구들과 같이 있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프레다터들은 아이들을 꼬시기도 하지만, 틈새를 노려 채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아이들은 그네들을 항상 노리는 사람들이 어딘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자란다. 게다가 프레다터는 항상 학교 주변을 맴돌고 있다. 한국에서 여자학교 주변에 바바리맨들이 숨어있기 쉬운 것 처럼.

몇 달 전에는 파리의 어느 외곽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학교 정원을 낀 나지막한 정문이 열린 사이로 프레다터가 침입한 것이다. 마침 초등학교 저학년 학급이 야외수업 중이었고,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프레다터는 혼자 동떨어져 놀고 있는 여아를 채었다. 천만다행으로 급우들이 이 장면을 보고 소리를 질렀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들이 프레다터에게 달겨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덩치 큰 중년남자의 다리를 물어뜯고 사정없이 달겨들으며 욕을 하고 잡힌 친구를 잡아 끌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선생님이 놀래서 뛰쳐나오자 프레다터는 줄행랑을 쳤다고. 그날 매스컴의 집중을 받으며 '참 잘했어요'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은 졸망졸망한 만 8세의 어린아이들이었다, 교장도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학부모들은 왜 학교정문이 열려있어야 했느냐며 항의를 하였다. 그날 학부모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을 것이다. 이런 잔인한 세상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가슴이 떨리는 일이다.

뭉치며 살자

앞에 소개한 에피소드가 말해주듯, 아이들도 뭉치면 프레다터들도 움츠려든다. 프랑스에서는 피해자들이 모여 서로 동병상련을 하고, 민간단체를 만들어 법적인 투쟁을 하기도 한다. 부끄러운 일, 상처가 깊은 잔인한 일을 겪었다고 숨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상처는 숨기면 숨길 수록 곪는 법이다. 한국처럼 전통적인 동양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폐쇄적인 사회의식부터 열려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의 사회복지는 정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힘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뜬금없이 보이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일본이 저지른 정치적 성범죄의 피해자 위안부 할머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변영주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를 보면, 태평양 전쟁 후 한국으로 송환되거나 돌아온 위안부 여성들은 한국 땅에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핍박을 받았다. 고국은 그녀들을 감싸주지 않았다. 할머니들은 오랜 세월을 거친 후에야 그녀들의 업보가 업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국에서 손가락 받고 구박받을 것이 두려워 두려워 돌아가지 않고 전쟁이 일어났던 중국본토에 남은 위안부 여성들은 중국인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는 커녕 같은 전쟁 피해자로 인식, 여러가지 도움을 받았다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범죄로 인한 피해 여성들에 대해 닫힌 입장을 취하고 남의 불행은 우선 피하고 싶다는 심리가 강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뀐다면, 잔인하게 상처받은 여성들이 뭉쳐 제 2의 삶을 살아가게 할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을 존중하자

유럽에 사는 내가 보기에는 한국에서 아이들이 지나치게 매스미디어에 노출되어있는 느낌이다. 이것은 내가 한국에 있을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점이었다. 유럽에서는 아역배우들이 흔치 않고, 아이들이 나오는 광고나 영화는 아이들의 주제에 국한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의 텔레비젼이나 영화를 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눈에 띈다. 아이가 조금만 예뻐도 텔레비젼에 내보이려는 어른들의 허영심, 예쁜 어린이들의 상품화 된 이미지가 프레다터들의 생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유럽에서는 어린이들의 매스 미디어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어른들의 재롱감으로 내세우려는 심리또한 유아들을 상품화하는 의식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노리개 감이 아니다. 유아들 특유의 순수한 모습으로 재롱을 피우는 모습을 여과없이 텔레비젼에 보여주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그것이 과연 우리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을 마치 구경거리로 인식하고 즐기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이들은 감싸고 보호하며 소중한 존재로 인식한다면, 프레다터들도 움츠려들지 않을까.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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