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체벌 금지법’ 시행 30년
“아동 체벌은 범죄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스웨덴이 지난달로 ‘어린이 체벌 금지’ 30년을 맞았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5일 보도했다.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 금지를 법제화했다. 이는 10년 뒤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토대가 됐다.
예란 헤글룬드 스웨덴 사회복지장관은 “이웃나라 정책담당자들이 ‘어떻게 체벌 없는 교육을 유지하느냐’고 묻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스웨덴식 모델을 따를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법제화 당시 스웨덴에선 체벌금지법이 버릇없는 아이를 양산할 것이라거나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러나 공식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스웨덴에서 부모로부터 매맞는 아이의 비율은 10%에 그쳐, 시행 이전 90%보다 현저히 줄었다.
스웨덴의 아동체벌금지법은 교사, 보육시설 종사자, 의료인들에게 모든 아동학대 혐의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후 보고 건수는 급증했으나 심각한 아동학대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도 체벌금지법은 거의 보편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프레드리크 말름베리 아동고충담당관는 “어린이에게 어떤 폭력도 써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기준은 다른 심각한 폭력행위(의 억제)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웨덴식 모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노르딕 인권위원회의 루비 하롤드클라에손 의장은 “스웨덴에선 부모들이 신고될까 두려워 자녀의 잘못을 바로잡을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행동가능한 범위의 경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부모가 물러서면 선을 넘어선다”며 “체벌금지법이 자녀에 대한 통제를 막음으로써 아동범죄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논란 끝에 아동체벌금지법을 폐지했다.
이에 대해 국제어린이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말리 닐손은 스웨덴 범죄예방협의회의 통계를 인용해, 스웨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청소년 범죄가 감소해왔고 폭력범죄율은 변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동체벌은 인권 문제”라며, 성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도 맞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아동보건 전문가인 스타판 얀손은 “자녀를 어떻게 훈육할 지 모르는 부모들이 ‘체벌이 즉효’라는 단순한 방식에 더 손쉽게 의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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