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이탈리아 헌재 ‘총리 면책특권’ 위헌 결정
부패·탈세 등 재판 예정…최대 위기 맞아
부패·탈세 등 재판 예정…최대 위기 맞아
구린 데가 많을수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그 방패막이가 사라졌다.
각종 추문에 시달려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7일 총리 등에 대한 재임기간 면책특권이 평등권 등에 어긋나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이 전했다.
당장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취임 뒤 기소중지됐던 부패 및 탈세 관련 소송으로 재판대에 서게 됐다. 그는 자신 소유의 해외기업과 관련, 위증의 대가로 1990년대 2개의 재판에서 세금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밀스에게 60만달러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가 소유한 미디어셋 그룹이 방송권 획득 로비에 필요한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탈세와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총리, 상하 양원 의장 등 4명에 대해 재임기간에 검찰소추를 받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보장한 이른바 ‘알파노법’은 지난해 7월 도입 당시, 베를루스코니를 위한 맞춤법안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기소절차가 재개되면 재판결과에 따라 이탈리아 정권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어,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생존이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베를루스코니는 10대 소녀 및 성매매 여성과의 부적절한 성관계 추문 등이 끊이지 않는 상태여서 정치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야당 등은 사임하라며 고삐를 죄고 나섰다. ‘깨끗한 손’으로 불린 반부패 캠페인을 이끌었던 전 검사이자, 이탈리아 가치당 당수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개인적 목적의 법 제정을 중단하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헌재 결정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좌파 판사들로 이뤄진 헌재가 정의를 정치적 싸움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장담했다. 미디어 재벌인 베를루스코니는 그동안 사업과 관련 수차례 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선고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승리한 베를루스코니가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정국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르코 타치 플로랑스대 정치학 교수는 “베를루스코니의 대단히 강력한 대응방식을 고려할 때 정치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루스코니는 성추문 등으로 지지도가 계속 떨어져 지난달 중순 47%를 기록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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