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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빵 한 조각에 34년 직장 잃어

등록 2009-10-09 09:33

독일서 “경영자 비정함”vs“신뢰위반” 논란
한 직장에서 34년 동안 일한 한 독일 여성이 회의를 준비하다 소량의 음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해고되면서 기업 경영자들의 비정함과 직원의 신뢰위반 문제가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8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도르트문트에 있는 한 건설업 협회의 비서였던 막델레나 H. 씨는 1년여전 회의를 준비하다가 허기를 느껴 뷔페 접시에 있던 빵 한 조각과 미트볼 한 개를 먹었다가 회사로부터 "신뢰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막델레나 씨는 헤르만 슐테-힐트롭 회장이 미트볼에 대해 추궁하자 먹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프강 핑케팡크 변호사는 "그녀는 그 정도 행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막델레나 씨의 행동이 '신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슐테-힐트롭 회장은 "외부인들이 보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우리로서는 아주 예민한 문제"라면서 "사람에 대해 신뢰를 잃고 나면 남는 것은 나쁜 감정뿐"이라고 말했다.

막델레나 씨는 결국 지난 7월 노동법원에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일 양측이 법원에서 첫 대면을 가졌다. 이날 공판에서는 협회 측이 직원들에게 뷔페에 손대지 말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전 회장을 포함해 많은 직원이 조금씩 음식을 먹었으며 회의가 끝나면 전 직원들에게 남은 음식을 나눠 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담당 판사도 "이번 일을 일반적인 절도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해고보다는 경고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협회가 이 같은 중재안을 거부함에 따라 내년 1월 본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독일에서는 세계금융위기를 유발한 부도덕한 금융가나 자본가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에게만 유독 혹독한 세태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대 대중지 빌트는 "상사가 어떻게 그렇게 무자비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협회의 처사를 맹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


독일에서는 지난 2월 50세의 슈퍼마켓 계산원이 1.3유로(한화 약 2천200원)의 공병 보증금 전표를 훔친 혐의로 해고되면서 독일판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쟁이 뜨겁게 전개됐으며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의 한 제과점 점원은 계산대에 1.36유로가 빈다는 이유로, 만하임에서는 한 쓰레기처리장 직원이 쓰레기 더미에서 어린이용 침대 1개를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었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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