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그리핀 영국국민당 당수가 22일 <비비시> 방송 간판 토론프로그램 ‘퀘스천타임’에 출연해, 공격적 질문을 받고 난처해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국민당 당수 그리핀 출연 논란
극우 인종주의자인 영국국민당(BNP) 닉 그리핀 당수를 공영방송 <비비시>(BBC) 간판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게 옳으냐를 놓고 22일 방송이 끝난 뒤까지도 영국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그리핀은 이날 출연한 ‘퀘스천 타임’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소신을 밝힐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슬람교가 영국 사회,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 여성평등 등 영국의 기본 가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와 만난 것에 대해, “그는 거의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옹호했다.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한 것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말했었는지 자세히 설명하면 유럽연합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며 피해갔다.
그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영국국민당 지지자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분노를 샀고, “영국에도 나치가 있고, 그들은 나를 몹시 싫어한다”고 말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한 아시아계 방청객이 “당신과 지지자들을 남극으로 보내는 비행기 티켓을 사주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그곳은 색깔구분이 없으니 딱 맞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비난도 이어졌다. 이날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국 밖에서는 약 1천명이 출연반대 시위를 벌였고, 20여명은 저지선을 뚫고 방송사 로비까지 난입했다가 끌려나갔다.
영국국민당은 1982년 “영국 토착민의 권익 옹호”를 내세우고 창당됐으며, 즉각적인 이민 중단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연방의회 의석은 없지만 약 3%를 득표했으며,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2석을 얻었다. <비비시> 방송은 이날 “그리핀이 검증받고 패널과 방청객에 공격적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며 출연 허용이 옳았다고 밝혔다. 반면 <가디언>은 23일 사설에서 <비비시>를 “시청률에 굶주린 기업”이라고 비난했고 <데일리 메일>은 “그리핀이 조롱받고 웃음거리가 됐지만 화려한 조명을 즐겼다”고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22일 영국 <비비시> 방송센터 앞에서 반파시스트 시위대들이 영국국민당 당수의 텔레비전 토론 출연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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