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40억유로 감세 등 합의
새롭게 구성된 독일 중도보수 연정이 첫 색깔을 드러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FDP)은 24일 연정구성 협상에 합의했다. 지난달 27일 총선 승리 이후 약 한달만이다. 메르켈의 새 집권 파트너인 자민당의 기도 베스터벨레 당수가 예상대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는 등 각료도 추가로 결정됐다.
특히 이날 양쪽은 매년 240억유로 규모의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동안 메르켈은 40억유로 규모의 감세를 주장한 반면, 자민당은 350억유로 규모를 요구해 진통을 겪어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스터벨레 당수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21세기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장기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우리는 세금과 기여금을 늘리지 않고 성장에 주력하겠다”며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기업에 대한 부담과 상속세는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육아수당 증액 및 유자녀 가정 세금 감면 등의 공약도 반영됐다. 이밖에 양쪽은 의료보험 개혁, 노동자 보호강화, 군 복무 3개월 축소 등에도 합의했다. 베스터벨레 당수는 이번 합의안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나침반”이라고 밝혔다. 오는 28일 공식 출범을 앞둔 새 연립정부는 올해 말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외무장관을 맡게 된 베스터벨레 당수는 외교와 각료 경험이 없어 일부 우려를 낳고 있다. <로이터> 통신 그가 연정 참여의 대가로 관례대로 외무장관을 맡았지만 외교현안에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며, 아프가니스탄 증파 등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베스터벨레 당수는 이날 독일에 배치된 모든 핵무기를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반면, 메르켈 총리는 언급을 피하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재무장관은 내무장관 출신의 볼프강 쇼이블레가 내정됐으며, 보건장관은 베트남계인 36살의 필립 뢰슬러가 최연소 장관을 예약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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