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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13세 소녀가 11시간 중노동하는 한국”

등록 2009-10-27 06:42수정 2009-10-27 08:51

한국에서 아동 노동이 보편적인 것인 것처럼 묘사한 독일 교과서를 발견해 출판사로부터 사과를 받은 조보현(34) 소령. 조 소령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베를린=연합뉴스)
한국에서 아동 노동이 보편적인 것인 것처럼 묘사한 독일 교과서를 발견해 출판사로부터 사과를 받은 조보현(34) 소령. 조 소령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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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가 창문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1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는 등 한국에서 아동 노동이 성행하는 것처럼 묘사한 글이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독일 밤베르크 대학에서 위탁교육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역 소령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와 밤베르크 현지의 카울베르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윤지(9) 양에 의해 최근 발견됐다.

바이에른,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 등 독일 4개 주의 초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읽기 교과서는 전세계의 아동 노동 실태를 다룬 32장에서 '특별 할인 티셔츠-한국 섬유산업의 한 소녀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1960~70년대 상황을 묘사한 듯한 글과 사진을 시점에 대한 언급 없이 기술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동생 순희와 방 한 칸을 빌려 자취하는 은하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 글은 "티셔츠! 항상 똑같은 티셔츠! 해가 뜨나 해가 지나. 하루에 11시간. 때로는 더 오랜 작업. 구부린 상태에서. 희미한 네온 등. 땀과 기계 윤활유의 악취. 계속해서 기침을 일으키는 짙은 먼지. 숨이 막힐 것 같은 공기. 창문도 없고. 낮은 천장. 공장주인은 더 많은 여자 재봉사를 고용하려고 천장 덮개를 중간에 또 하나 만들었다. 지금은 거의 숨을 쉴 공기가 없을 정도로 작업공간이 낮아졌다"는 등의 열악한 환경을 표현하고 있다.

32장은 한국의 아동 노동에 관한 글과 함께 과테말라, 페루, 콜롬비아, 인도, 엘살바도르 등의 아동 노동을 고발하는 사진을 싣고 있다.

조 양의 얘기를 듣고 내용을 확인한 아버지 조보현(34) 소령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낸 아우어 출판사에 항의해 사과와 함께 개정 시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조 소령은 출판사에 보낸 항의 메일에서 "아마 한국의 1970년대를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오늘날 한국에서는 아동 노동이 금지돼 있어 13세 소녀가 그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주인공은 의무교육 제도에 따라 중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잘못된 내용이 교과서로 사용될 경우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면서 "내 지적이 타당하다면 내용을 바로잡아달라"고 촉구했다

주독 대사관도 문제의 내용을 확인한 뒤 문제가 된 내용의 삭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출판사에 보냈다.

아우어 출판사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관련 내용을 당장 삭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판사 측은 조 소령에게 보낸 답신에서 "이 글이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책이 수년 전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가들이 왜 이런 내용을 넣었는지 잘 모르겠고, 이른 시일 내에 이 글을 삭제하기도 어렵지만 다음 개정 때는 고정된 시각으로 인해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또 "교과서에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 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이 교과서를 사용하는 교사들이 '오늘날 한국에서 아동 노동은 여전히 일반적'이라는 식의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아우어 출판사는 "한국은 독일에서 현대적이고 발전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면서 "따라서 교사들이 '책의 내용은 과거의 상황을 기술한 것'으로 바로 잡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지 양이 다니는 카울베르크 초등학교는 이 교과서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 책의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 읽기 수업의 교재로 채택했다.

조 소령이 출판사의 답신을 윤지 양의 담임교사에게 보냈고 담임교사가 이 내용을 학교에 보고한 데 따른 것이다.

윤지 양은 또 친구들이 "한국 어린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을 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계속하자 수업시간 발표를 통해 교과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급우들에게 설명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친구들의 오해가 풀렸다고 조 소령은 전했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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