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들도 발케넨더 총리에 ‘베팅’
"블레어는 울고, 발케넨더는 웃는 형국이다."
체코의 리스본조약 비준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개혁조약인 리스본조약 발효로 신설되는 2년6개월 임기의 정상회의 상임의장( EU 대통령) 1호 후보로 얀 페터르 발케넨더 네덜란드 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선두주자였던 토니 블레어 전(前) 영국 총리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대륙의 강대국 사이에 형성된 '반(反) 영국 정서'에 가로막혀 사실상 초대 상임의장 후보군에서 밀려난 양상이다.
오는 3일 체코 헌법재판소가 리스본조약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고 나면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하고 이에 따라 27개 회원국에서 비준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서 다음달 1일 조약 발효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7명의 EU 회원국 정상은 이달 중순께 특별 정상회의를 갖고 리스본조약에 근거해 신설되는 초대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30일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전후해 이사회 순번의장국 대표인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체코에서 비준 절차가 마무리되고 조약 발효가 확실해진 연후에 상임의장 선출 문제를 공식 논의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27명의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내년부터 정상회의를 주재할 상임의장 하마평이 나온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으며 특히 블레어 전 총리 불가론이 대세를 이뤘다.
대안 후보 가운데는 발케넨더 총리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고 네덜란드 언론 매체들은 정상회의장에서 발케넨더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네덜란드 언론은 조기 총선거 실시 등 국내 정치 일정의 격변을 우려해 발케넨더 총리가 여전히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고사하지만, 가시권에 들어오면 그가 결국은 이를 수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케넨더는 특히, 네덜란드가 영토나 인구, 경제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중간자적' 지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지위를 활용, 유럽의 대표하는 자리에 진출한 경험이 많은데 이번에도 이러한 점이 고려된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도박사들도 발케넨더 총리에게 판돈을 걸기 시작해 주목된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블레어에 판돈을 걸면 배당액이 오히려 판돈보다 적었고 발케넨더에 판돈을 걸었을 때 배당률은 400%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
영국의 대표적 도박업체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10월31일 현재 블레어와 발케넨더의 판돈 대비 배당률이 250%로 똑같았으며 아일랜드의 패디파워에 따르면 블레어(200%)와 발케넨더(250%) 배당률이 많이 좁혀졌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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