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앞두고, 31일 역사의 주역 3명이 베를린에서 모였다. 이날 기념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왼쪽),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박수를 치는 동안, 몸이 불편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콜, 고르바초프, 아버지 부시
독일 통일 20주년 기념식 참석
독일 통일 20주년 기념식 참석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장벽의 붕괴는 독일의 통일과 옛 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
그 역사적 사건을 이끈 주역 3명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31일 한자리에 모였다. 헬무트 콜(79) 전 독일 총리(재임기간 1982~1998), 미하일 고르바초프(78) 전 소련 대통령(˝1985~1991), 아버지 조지 부시(85) 전 미국 대통령(˝1989~1993)은 독일 베를린 장벽 터 동쪽에 위치한 프리드리히슈타트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반갑게 포옹했다.
콜 전 총리는 “우리 독일인들은 역사에서 자랑스러워 할 것이 별로 없지만 통일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며 “나에게 고르바초프와 부시 두 사람과의 관계만한 수준에 이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평범한 일반인들이 영웅이었다”며 “우리 셋은 전 세대의 업적을 가로챌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장벽은 여러분의 꿈, 하나 된 독일, 자유로운 독일, 자랑스러운 독일의 꿈을 결코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의 만남은 20년이란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모처럼 공개석상에 나타난 콜 전 총리는 휠체어에 의존했고 발음도 어눌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팡이를 짚고 기념식장에 도착했다.
독일 통일의 또 다른 주역인 마가렛 대처(84) 전 영국 총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불참했고,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날 기념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1800여명이 참석했으며, 9일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행사가 계획돼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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