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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국 ‘진짜 유대인은 누구?’ 정체성 논란

등록 2009-11-08 21:43

유대인학교 ‘어머니 개종’ 이유 입학불허 ‘시끌’
법정다툼서 종교문제 비화…법원 곧 최종판결
누가 유대인인가? 혹은 누가 ‘유대인’임을 판단하는가?

영국 사회가 ‘유대인의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모든 심리를 마치고 이 논란에 대한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런던의 한 유대인 학교가 12살 유대인 소년의 입학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법정 다툼이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이번 사건이 영국내 수천개 종교계 학교의 반향을 예고하고 있을 뿐 아니라, 30여만명에 이르는 영국 유대인 사회에서 다양한 분파들의 격렬한 분열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1732년에 세워진 런던의 유대인 프리스쿨(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학교)은 ‘엠’(M)이란 이름으로만 공개된 유대인 소년의 어머니가 다른 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소년의 입학을 거부했다. 영국 히브리연합의 최고 랍비인 조나단 색스가 정의하는 ‘정통 유대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학교는 런던 북부 유대인 사회의 핵심으로, 1900여명이 재학중인데, 매년 입학 지망생은 이보다 훨씬 많다.

소년의 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학교 쪽의 요구는 인종법에 어긋나는 민족 검증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자, 이번엔 학교가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당장 종교계 학교들의 최대 관심거리다. 영국엔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종교계 학교가 약 7000개나 된다. 성공회,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세례 여부를 입학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일부 가톨릭계 학교들은 벌써부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은 이미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넘어 유대인의 정체성, 인권 침해 시비, 나아가 종교와 국가의 관계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지난주 대법원 심리에는 소년의 가족와 학교 등 소송 당사자 뿐 아니라, 영국 정부, 평등과인권위원회, 시나고그(유대인) 연합, 인도주의협회, 영국유대인평의회 등 수많은 관련단체들이 선임한 변호사들이 대거 출석해 한바탕 난상토론이 진행됐다.

유대인들의 생각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대 정통파인 로렌 레진데이비스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항소심 판결은 5천년이 넘는 유대인 전통을 침해했다”며 “누구든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해 그것을 송두리째 바꾸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위 소년의 부모와 같은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라이트맨은 “학교가 감히 어떻게 우리의 믿음과 유대인 정체성을 따지느냐, 그건 도발적인 일”이라고 흥분했다. 리버럴 유대즘의 사무국장인 대니 리치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유대주의가 더 포용적으로 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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