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20돌인 9일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는 옛 베를린 장벽의 한 부분에 한 시민이 장미를 놓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20주년 기념행사 현장
메르켈 “우린 너무 행복했다”
세계 정상들 한자리서 축하
메르켈 “우린 너무 행복했다”
세계 정상들 한자리서 축하
20년 전인 1989년 11월9일 독일 베를린 장벽 주변에는 환희와 경악, 혼돈이 뒤섞였으나, 20년이 지난 지금 베를린 장벽 주변과 브란덴부르크 광장에는 축하와 음악, 불꽃놀이로 가득 찼다.
9일 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는 수만명의 시민과 관광객,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 등 각국 지도자와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냉전 와해의 출발이 된 베를린 장벽 붕괴 20돌 기념행사인 ‘자유의 축제’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1천개의 대형 도미노를 옛 베를린 장벽을 따라 세우고, 이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로 절정에 올랐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연쇄적으로 무너진 동구권 사회주의 체제를 상징하는 퍼포먼스이다. 냉전 시절 한 국가가 공산화되면 주변 국가들도 공산화된다는 연쇄 공산주의화를 상징하는 도미노 이론에서의 도미노가 20년이 지난 지금 연쇄 탈공산주의화의 상징으로 바뀐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줬다. 이 행사 기획에는 한국의 소설가 황석영씨와 화가 서용선, 조각가 안규철씨 등 3명이 관여했고, 서씨와 안씨는 이날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독 출신의 첫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냉전 붕괴 당시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폴란드 연대노조 운동을 펼쳐 동구권 민주화운동의 선도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국경을 개방해 동독 주민들의 서방행을 터주어 베를린 장벽 붕괴를 촉발시킨 미클로시 네메트 전 헝가리 총리 등 냉전 붕괴의 지도자와 현직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20년 전 베를진 장벽이 붕괴된 이후 동독 주민들이 서베를린으로 물밀듯이 넘어온 동서 베를린 장벽 경계선을 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들이 베를린 경계를 넘던 순간에서 정확히 20년 전, 동독 공산당 정치국의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독으로의 여행 제한 조처 철폐를 발표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이 조처는 지체 없이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고 말한 순간, 역사는 대전환에 들어갔다. 샤보브스키는 이날 당시를 회고하는 기자회견에서 원래 그 조처가 다음날 아침까지 발표되지 말았어야 하는데 자신이 이를 모르고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말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발표와 함께 동독 주민들은 서독으로 몰려들었고, 베를린 장벽은 그 순간 역사의 유물로 바뀐 것이다.
이날 행사는 1989년 동독 민주화 시위의 거점이었던 동베를린 게트제마네 교회에서 축하 예배로 시작됐다. 메르켈 총리와 각국 지도자들이 참가한 이 예배에서 볼프강 후버 목사는 “기쁨의 눈물, 환희와 해방의 얼굴들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샤보브스키의 발표를 보고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말을 잃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발터 몸퍼 당시 서베를린 시장은 “그날은 우리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며 “우리가 그런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마다 행복해진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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