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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날의 열정 되살려 “우리가 인민” 함성

등록 2009-11-10 19:53수정 2009-11-10 22:22

각국 정상등 10만여명 참여 ‘자유의 축제’ 열려
도미노 1천개 쓰러뜨리며 통일의 의미 되새겨
빗방울 뿌리는 베를린의 가을밤은 ‘환희’와 ‘다짐’에 헌정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돌을 맞은 9일,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열린 ‘자유의 축제’에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총천연색 조명으로 꾸민 브란덴부르크 석조문의 맨 위에는 ‘1989년 11월 9일’이라는 간명하고도 강렬한 숫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났다.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슈타츠카펠레(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야외공연으로 시작된 축제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인기 가수들의 공연에 이어, 베를린 장벽 붕괴를 재현한 도미노 쓰러뜨리기로 절정에 올랐다.

이날 축제는 오늘날 인류사회가 맞닥뜨린 숱한 장벽들도 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다짐의 장이기도 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수백만명의 사람이 지금도 인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불의와의 싸움이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9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9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장벽 붕괴 20돌은 빈곤에서부터 기후 변화와 인권 보호까지 우리 시대의 도전들을 떠맡아야 한다는 걸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금도 수백만명의 사람이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있거나, 뒤처져 있거나, 감옥에 감금돼 단절돼 있다”며 “이날 행사는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가난에 찌든 아프리카, 고통받는 다르푸르, 눈물 그치지 않는 짐바브웨, 족쇄에 묶인 버마(미얀마) 등 문제투성이 세계에서, 사람들이 희망도 없이 영원히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베를린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베를린 장벽 붕괴는 압제와 싸우고 세상을 갈라놓은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라는 요구”라고 말했고,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금은 새롭고 달라지고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힐러리 클린턴(미국), 고든 브라운(영국), 니콜라 사르코지(프랑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러시아) 등 4대 강국 대표들을 안내해, 브란덴부르크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통과하는 의례에 앞장을 섰다. 2차 대전 승전국들이자 패전국 독일을 분할한 당사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바뀐 그 문을 통과한 것은 오늘날 독일의 위상과 급변한 세계질서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깜짝 영상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바마는 “(동독 시민들은) 전제정치에 직면해서도, 세상이 바뀔 수 있음을 말했다”며 “독재에 대한 그보다 더 분명한 비난, 자유를 향한 그보다 더 강한 믿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파 속에선 “비어 진트 다스 폴크!”(Wir sind das Volk·우리가 인민이다)란 외침이 다시 한 번 터져나왔다. 20년 전 동독 시민들이 군인들에 둘러싸였을 때 두려움에 맞서 외쳤던 구호다. 당시 동독 시민들의 시위를 이끌었던 요아힘 가우크 목사는 “‘우리가 인민’이라는 주제는 독일뿐 아니라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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