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주요 파병국 및 주둔군 현황
영 총리, 개최 촉구…외무장관도 나토에 설명 예정
증파 밝힌 미국과 배치…‘출구전략 본격화’ 주목
증파 밝힌 미국과 배치…‘출구전략 본격화’ 주목
영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중인 다국적군의 아프간 철군 일정을 논의할 국제회의를 촉구했다. 한국의 아프간 파병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서방에선 ‘아프간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6일 밤 연례 외교안보 연설에서, 아프간 지역 통제권을 아프간에 이양하는 일정을 정할 국제회의를 2010년 1월 런던에서 열자고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그동안 알카에다와의 싸움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져 다국적군의 철군 시기를 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런던 회의에선 가능하다면 당장 내년(2010년)부터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에 치안권을 지역별로 이양하는 절차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 회의가 군사적 전략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인 정치적 틀을 만드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비시>(BBC)는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이 17일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나토 회원국 의원총회에서 브라운 총리의 제안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총리실 쪽은 런던 회의의 목표가 당장의 ‘출구전략’ 자체는 아니라는 태도지만, 영국의 아프간 철군이 이미 계획수립 단계를 넘어 실행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런던 회의에는 유엔(UN) 쪽 관계자와 아프간 참전국들의 외무장관과 군 지도부뿐 아니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초청될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 총리의 제안은 미국은 물론 아프간에 주둔한 전세계 43개국 국제안보지원군(ISAF) 전체의 향후 전략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아프간 증파를 기정사실화하고 파병 규모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아프간 전쟁의 주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바마 정부의 추가파병 방침도 나토연합군의 공격력 강화라기보다 아프간 철군의 전제조건인 아프간 정부의 자체 치안능력 향상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긴 하다. 미국과 영국이 아프간의 카르자이 정부에 강도 높은 부패척결을 압박해, 16일 결국 반부패전담기구를 신설토록 한 것도 아프간 탈출의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강하다. 아프간 정부의 핵심 관리들과 탈레반 및 군벌세력의 유착을 끊어 이른바 테러리스트 세력을 무력화하려는 맥락에서다.
그러나 영국에선 최근 몇달 새 아프간 파병군의 희생이 급증하면서 아프간전쟁 무용론과 철군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내년도 영국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의 거센 비판도 브라운 총리에겐 부담이다. 지난 15일 영국의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1%가 “아프간 주둔 영국군의 1년 이내 철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운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듣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발언으로 여운을 남겼다. “나는 영국이 세계에 영감을 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나는 영국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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