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동성연인 베르제 “수익금 에이즈재단 기부”
‘죽은 뒤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명사’로 기록되고 있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이 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17일부터 파리에서 시작된 이브 생로랑의 소장품 경매에서 첫날 하루에만 220만유로(약 37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고 경매업체인 크리스티가 18일 밝혔다. 크리스티 쪽은 20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는 경매에서 300만~400만유로(약 51억~68억원)에 이르는 낙찰 총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날 경매에서 16세기 중국제 수반(바닥이 편평한 그릇) 등의 입찰가가 애초 예상의 절반에 못 미치는 등 출발이 산뜻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내 소형 골동품에 입찰이 쇄도하면서 낙찰가가 급등하는 등 열기를 이어가, 경매에 나온 물품의 95%가량이 새 주인을 찾았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샹들리에 2개가 애초 1만유로대의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는 8만2600유로(약 1억4000만원), 나폴레옹 3세 테이블이 4만9000유로(약 8300만원), 나폴레옹 3세 가구가 4만9000유로에 각각 팔렸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소장품은 프랑스 입체파 화가인 페르낭 레제의 구아슈화(아라비아 고무 등으로 만든 불투명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로, 경매 예상가가 6만~7만유로(약 1억~1억2000만원)로 추정되고 있어 호사가들이 최종 낙찰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매의 낙찰 총액은 지난 2월 이브 생로랑의 경매에 견주면 “큰 바다 속의 작은 물방울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2월 당시 이브 생로랑과 그의 동성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가 함께 소장해온 예술품 700여점이 사흘간의 경매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았으며, 당시 낙찰 총액은 3억4200만유로(약 58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이르렀다. 이로써 이브 생로랑은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선정한 ‘사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명사’ 1위 자리에 올랐다.
베르제는 이날 <아에프페>(AFP) 통신에 “경매가 순탄하게 진행돼 너무 기쁘다”며 “경매 수익금은 몽땅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에이즈 연구 재단에 기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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