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3의 길’의 기수였던 독일 사민당(SPD)은 부활할 것인가?
지난 주말 드레스덴에서 열린 사민당 전당대회는 뜨거운 갈채로 세대교체를 알렸다. 지그마어 가브리엘(50)이 당내 지지율 94%로 새 당수로 선출되는 순간이었다. 추진력은 있지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인물로 여겨지던 가브리엘은 전당대회에서 ‘겸손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대연정 집권 시절 환경부 장관 출신인 그는 현재 기민련과 자민당 연정을 우익정부로 규정하고 “‘정치적 중간’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실 지난 선거가 보수연합의 승리로 끝난 배경에는 좌우 정책을 끌어안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라는 존재도 있지만, 사민당의 침체가 적잖게 작용했다. 70년대 이후로 당원의 반이 떠나갔고, 1998년 이후로는 당 지지율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선거 득표율은 23%로 사상 최악이었다. 이런 위기는 지난 10여년 동안 짧은 시간에 당수가 여러 번 바뀌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또 지난 11년 집권 기간에 (불가피하게) 사회복지 축소 개혁의 칼을 빼들면서 지지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사민당은 ‘새로운 중간’이라는 구호로 중도 보수층을 끌어들이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 서민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권위주의적인 당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슈뢰더, 뮌테페링으로 상징되는 적록 연정 기간 당 분위기는 토론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분위기가 아니라 지도자가 제안하면 끌고 나가는 게 대세였다. 이런 분위기에 실망한 당원들이 속출했다. 지난 대연정 시절 사민당은 결과적으로 메르켈 총리의 인기를 올려주는 ‘도우미’ 노릇에 머물고 말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민당 전당대회에선 당내 과실들을 되돌아보며, 폐지했던 재산세를 다시 도입하자는 데 우선 합의했다. 잃었던 ‘색깔’을 되찾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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