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서방문화관련 첫 개설…독 언론 “미국이 요구한 것”
2004년 서방문화 관련 시설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개설됐던 ‘독일 과학기술 도서 보급실’(독일문화원 정보센터)이 최근 폐쇄됐다고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 외무부도 참석한 독일문화원 이사회가 지난여름 평양의 열람실 폐쇄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달 북한의 조선-독일 친선협회와 맺은 ‘독일 과학기술 도서 보급실’ 운영에 관한 협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도서보급실 폐쇄 경위와 관련해 이 신문은 “미국이 독일에 폐쇄를 요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독일문화원은 도서보급실 폐쇄 이유로 북한의 열람실 검열과 출입 통제를 들었지만, 이사들 누구도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문제 삼지 않았다”며 “미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모든 차원에서 북한의 고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우호적인 독일 외무부가 문화원에 폐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도서보급실은 2004년 6월2일 평양 천리마문화회관에 개설된 것으로, 북한에 설치된 최초의 서방문화 관련 시설이었다. 도서보급실에는 독일의 과학, 학술, 문화, 역사 서적과 신문, 영상자료 등이 전시돼 있었다.
신문은 “정치가 다시 주도권을 쥐면서 북한의 점진적 개방이 영원한 고립보다 의미 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패배를 안겨줬다”며 “이번 결정으로 북한 내 개혁세력이 약화하고 국가보위부와 검열기관, 그리고 군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독일 관료들이 미국 정부에 최대한 낮은 자세를 보이는 동안 미국과 북한이 얼마 전 양자 간 협상에 합의하는 등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며 “얼마 안 돼 북한에 미국 문화원이 개설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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