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에 의해 수십년 동안 자행된 성폭력, 구타 등 어린이 학대 행위를 대주교 등 고위 성직자들이 알면서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영국과 아일랜드 언론매체들은 1975년부터 2004년까지 이뤄진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의 아동 학대 행위가 교회 상층부와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됐음을 보여주는 700쪽 분량의 조사 보고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가톨릭교회 소속 소년원과 고아원에서 성직자들에 의해 이뤄진 성폭력, 모욕, 구타 등 광범위한 학대 실태에 관한 지난 5월 1차 보고서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것이다.
1차 보고서에는 수십년 간에 걸쳐 소아성애병 성직자들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행위들이 망라돼 있어 충격을 줬었다.
이번 2차 보고서는 46명의 성직자를 상대로 제기됐던 아동 학대 주장에 대해 교회 당국이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르면 교회 당국은 어린이들의 학대 주장을 접하고도 기댈 곳 없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보다는 교회의 평판이 땅에 떨어질까봐 두려워 은폐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일랜드 정부도 가톨릭교회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는 점을 용인해 은폐를 더욱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특히 명백한 범죄 행위에 대해 당국에 고발하거나 보고하지 않는 대신 문제의 성직자들을 다른 교회로 보냄으로써 새로운 피해자들을 양산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해자의 정보를 당국에 넘기지 않았던 대주교 4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피해자들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낸 뒤 "가톨릭 교회 지도자나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여전히 해야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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