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대통령, 소년 때린 영상 ‘곤혹’

결선투표 앞두고 최대 이슈로 부상

(부쿠레슈티<루마니아> AP=연합뉴스)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트라이안 바세스쿠 현 대통령이 5년 전 10살짜리 소년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바세스쿠 대통령이 수도 부쿠레슈티의 시장을 지내던 2004년 촬영된 18초짜리 영상에서는 당시 대권에 도전한 바세스쿠가 자신에게 화가 난 것으로 보이는 어떤 여성과 얘기를 하려고 연단에서 아래쪽으로 손을 내민 장면이 나온다.

바세스쿠가 다른 남자와 얘기를 하면서 이 여성에게 손을 내민 사이, 한 소년이 접근해 자신의 손을 만지자 그는 이 소년의 얼굴을 손으로 한차례 때렸다.

이 영상은 오는 6일 대선 결선투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공개돼 루마니아 언론의 최고 흥행 뉴스가 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연일 이 장면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내보내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수천 명의 네티즌이 영상을 시청했다.

시민 사이에서는 폭력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바세스쿠에 대한 반대 기류도 일고 있다.

한 50세 남성은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라도 다 저지를 것”이라며 “투표장에서 반대표를 행사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겠다”고 말했다.

바세스쿠 측은 이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바세스쿠는 애초 지난 26일 한 TV방송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제작진이 보여준 영상을 보고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년이 뭔가 욕설 비슷한 것을 했기에 내가 때렸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이 말을 뒤집었다.

바세스쿠 측은 당시 TV인터뷰에서는 안경을 끼지 않아 제대로 영상을 볼 수 없어 잘못 말했다면서 영상물이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세스쿠의 정치적 동지였던 칼린 타리체아누 전 총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사건이 사실이라며 바세스쿠가 “실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해 해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신문 보도로 처음 표면화됐다.

루마니아 신문 ‘옵세르바토룰 프라호베안’은 문제의 영상에 등장했던 소년 보그단 이스트라투는 현재 15세로 이탈리아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당시 바세스쿠의 선거운동에 참여하려고 했다가 사건 이후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소년은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며 이번 논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채 침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스트라투의 숙모인 세실리아 게오르그는 조카로부터 당시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만 10살짜리 소년이 지어낸 허황한 얘기로 치부했다면서, 현재 소년과 그의 엄마가 협박을 받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1위를 차지한 바세스쿠 현 대통령과 2위인 사회민주당(PSD)의 미르체아 게오아나 총재가 오는 6일 결선에서 승부를 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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