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웨덴에 도착해서 학교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성인들을 대사으로 소방교육 및 안전교육을 '너무 심각하게' 하는 스웨덴 문화에 너무 놀란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신입생을 모아두고 그룹별로 앉혀, 학교 곳곳의 비상구와 비상시 도피할 대기실, 또 불이 났을 경우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대피하여 정해진 소집장소에 모이되, 절대로 집에 가면 안된다는 이야기 등등 구구절절이 '불이 났을 경우'를 되풀이하며 소방교육을 시켰다.
사실 소방교육을 거의 처음 받아 본 나는 '왜 나지도 않을 불' 이야기를 20분 동안이나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 성인인데 불나면 알아서 초록색 비상구를 따라 나가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정 알려주고 싶으면 비상구 위치정도만 알려주면 될 것을... 나는 학교가 너무 심각하게 소방교육을 시키기에 '예의상' 잘 모르겠는 부분에 쓰윽 손을 들고 질문도 하나 해 주었다.
"불이 났을 때 밖으로 대피해서 왜 집에 가면 안되는거죠?" 그러자 소방관도 아닌 학교 담당자가 아주 자세히 대답해 주었다. "모두 다 무사히 대피했는지 반드시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모두 대피한 것을 빠르게 확인되면, 소방관이 목숨을 걸고 불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스웨덴의 소방관념은 매우 철저하다.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면, 매 게스트가 올 때마다 호텔에 머무는 게스트의 목록을 새로 프린트해서 소방전안에 넣어 둔다. 혹시라도 불이나면 누가 어디에 머무는지 정확히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에서도 이를 매우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에 불시에 검사나왔을 때 실제 거주하고 있는 게스트와 리스트상의 게스트 수, 이름이 조금이라도 다를 경우 호텔측에 상당한 타격이 온다고 한다.
학교나 직장, 호텔 등 사람이 많이 모인 곳 뿐 아니라 개인들의 소방관념도 대단하다. 집집마다 사비로 분말 소화기는 꼭 구비해 두는가 하면, 아파트 계단이나 입구에는 자전거도 들여다 놓지 않는다. 친구가 집에 자전거를 타고 놀러왔기에 아파트 입구 우편함아래에 묶어두라니까 절대 안된다면서 '만약 불이났을 경우' 혹은 '누군가가 아파서 실려나갈 경우'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정해진 장소까지 걸어나가서 묶어 두었다.
스웨덴의 철저한 소방관념에도 놀랐지만, 내가 더 놀란것은 안전관념이 거의 없는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다니며 소방교육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준 적도 없고, 그저 일 년에 한 번 정도 소방관아저씨가 소방차를 끌고와 운동장에서 물을 쏘아주면 매우 좋아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학생 때는 그렇다고 쳐도, 내 스스로가 학교 선생님이 되는 교육을 받았지만, 아이들을 책임지는 선생님으로써도 소방교육이나 안전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불이나면 학생들을 어디로 대피시켜야 하는 지, 짜임새 있고 효율적으로 빨리 대피시키는 법도 몰랐다.
더 문제인 것은 내가 선생으로써 그런 유사시 문제를 알아야 한다는 자각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난 시간을 할애하여 안전교육을 시키는 스웨덴을 보고 '시간 낭비'하고 있다며 은근 답답해 하기 까지 했다!) 작년에 한국에 방문했던 독일 학자 울리히 벡 교수가 제창한 '위험사회'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우리나라와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이 기억난다.
'위험사회'의 개념은 산업발전과 함께 위험요소도 증가하고 불확실한 사안에 대한 불안도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였는데, 그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현대인들은 각종 보험도 들어놓는다고 했다. 울리히벡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로 결국 '국가'가 그 안전장치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당시 그가 말했는지, 그를 취재했던 한국기자가 덧 붙였던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에 대한 기사 속에 한국은 '위험 사회'보다 한 단계 위인 '위험불감증'의 나라라고 말했던 것이다. (울리히 벡 교수에 대한 정보 : http://people.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txc&where=people&ie=utf8&query=%EC%9A%B8%EB%A6%AC%ED%9E%88%20%EB%B2%A1&os=217361)
안전교육, 소방교육, 나아가 휴전중인 우리나라가 유사시 대비교육에 무관심한 것이 단순히 경제적으로 성장하느라 바빴던 우리나라가 안전교육에 신경쓸 틈이 없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마냥 긍정적인 민족성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은 유럽안에서도 게르만족 국가들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와 같은 라틴문화 국가에서는 안전교육에 무관심한 편이니 말이다. 긍정적인 것은 좋지만 일년에 몇 차례씩 벌어지는 대형 화재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도 학교 및 직장에 시간을 할애하여 심각한 소방교육을 연습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조심 포스터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으니까.
안전교육, 소방교육, 나아가 휴전중인 우리나라가 유사시 대비교육에 무관심한 것이 단순히 경제적으로 성장하느라 바빴던 우리나라가 안전교육에 신경쓸 틈이 없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마냥 긍정적인 민족성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은 유럽안에서도 게르만족 국가들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와 같은 라틴문화 국가에서는 안전교육에 무관심한 편이니 말이다. 긍정적인 것은 좋지만 일년에 몇 차례씩 벌어지는 대형 화재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도 학교 및 직장에 시간을 할애하여 심각한 소방교육을 연습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조심 포스터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으니까.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