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출구조사…야권 반발
루마니아 야권이 대선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루마니아의 정치·경제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논란은, 출구조사 결과가 뒤집혀 7만여표 차이로 중도우파 성향의 트라이안 버세스쿠(58) 대통령이 재선됐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발표하면서 격화됐다. 이날 선관위는 전날 치뤄진 대선의 99.95% 개표 결과, 버세스쿠 대통령이 50.33%를 득표해, 49.66%를 얻은 야당 연합후보 사회민주당(PSD) 미르체아 제오아너 후보를 제치고 재선됐다고 발표했다. 야당은 출구조사에서 제오아너 후보가 1~2% 안팎으로 앞선데다, 두 후보의 표차 7만여표의 두배 가까운 13만8000표가 무효표로 취소돼 조작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은 정부기관이 이중투표를 묵인하고 조직적 선거조작을 지원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오아너 후보는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부정선거 감시활동을 벌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투표가 대체로 공정하게 치러졌다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치적 혼란은 가뜩이나 심각한 루마니아의 경제위기를 더 악화시킬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에밀 보크 총리가 의회에서 불신임을 당한 뒤 20억유로(약 3조4천억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유보했다. 루마니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럽연합(EU) 최악의 경제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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