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가서 올해만 400여대 불타
극좌세력 소행 추정…시 당국 ‘곤혹’
극좌세력 소행 추정…시 당국 ‘곤혹’
독일 베를린시 당국이 최근 도심의 고급 승용차를 상대로 한 잇따른 방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를린에선 올해 자동차 430대가 방화로 불탔다. 자동차 방화 범행은 지난 2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런 방화는 극좌파 활동가들의 소행으로 의심되지만, 한밤중에 일어나 범인은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
자동차 방화사건이 계속되자, 사민당과 좌파당이 연정을 구성한 베를린시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비난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다. 이에 사민당 소속 에르하르트 쾨르팅 베를린시 내무부 담당관은 “진정한 좌파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극좌파 세력들이 사회 정의, 반파시즘의 구호를 자신들의 폭력행위에 갖다 대는 것은 비관용과 폭력성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폭력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방화가 주로 일어난 곳은 프렌츠라우어베르크, 프리드리히스하인 등 베를린에서 이른바 ‘뜨고 있는’ 지역으로, 과거 시내 중심가 슬럼 지역이었다가 최근 고급주택가로 바뀐 곳이다.
특히 옛 동독 중심지였던 프렌츠라우어베르크와 미테 지역은 독일 통일 전 썰렁한 무채색 동네에서, 통일 직후 가난한 예술가, 학생, 대안문화를 표방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자유롭고 특별한 분위기를 내는 곳이 됐다. 그런데 이제는 카페, 갤러리, 유기농 상점 등이 들어섰고, 고소득층의 젊은이들과 투기꾼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폭등했다. 결국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기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다른 동네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극좌파로 추정되는 이들은 원래 좌파의 구호인 ‘나치는 꺼져라!’ 대신 ‘여피(도시 근교에 거주하며 고등교육을 받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 젊은이)는 꺼져라!’라는 낙서를 고급 주택가 벽에 하면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슬럼가에서 고급 주택가로 변화가 막 시작되고 있는 노이쾰른에선 세입자들이 시민단체를 꾸려 임대료 인상과 고급 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 등도 벌이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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